- [2015-04-16(목)] 존경하는 교육가족과 서울시민 여러분께(4월에 드리는 조희연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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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교육가족과 서울시민 여러분께
다시 4월이 돌아왔습니다.
잊지 않겠다, 달라지겠다고 약속을 해 온 시간이 어느새 1년째입니다.
떠나보낸 아이들의 사진을 하나하나 마주보며, 새로 맞는 4월은 슬픔과 부끄러움에만 머무르는 달이 되지 않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을 합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두 번 다시 세월호와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제대로 노력해 왔는지 반성을 합니다. 더불어 ‘안전’만큼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내기 위해, 올해 당장 실천해야 할 과제를 꼼꼼하게 점검해 봅니다. 무엇보다 학생, 학부모, 교사, 시민 모두가 ‘교육 안전’에 대해 권리와 책임을 갖는 주체가 되도록 틀을 바꾸어 나가고자 합니다.
‘안전한 교육’을 보장할 법 근거를 마련하였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의 ‘안전한 학교 만들기’ 정책은 <교육안전 기본조례>의 제정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의 교육안전 권리와 교육청의 의무를 천명하고, 체계적인 제도와 프로그램의 추진을 위해서는 법 근거 마련이 필수입니다. 그래서 안전전문가, 학부모, 교직원, 시민단체, 관련 부서가 함께 참여하여 기본 조례를 만들어 4월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그 후속으로 교육안전위원회를 구성하고 <교육안전 중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교육안전 및 신속한 위기 대응 체계 기반을 조성하겠습니다.
안전은 인권입니다
제가 안전 관련 종합 계획을 추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안전을 학생의 의식과 권리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 대상으로만 존재했던 학생들이 스스로 ‘안전’의 주체가 되어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교장 출신으로 교육청에서 일하시는 간부 한 분이, 안전 의식에 관한 자신의 체험을 회의시간에 공유해주셨습니다. 그가 교장으로 첫 부임하게 되었을 때, 선배 교장 선생님께서 “교장 부임 일주일 이내에 옥상에서 지하까지 모든 곳의 안전 문제를 낯선 사람의 눈으로 점검해보라, 나중에는 눈에 안 띈다”고 충고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이 충고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익숙해지면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관점에서, 학생들 또한 자신의 눈높이에서 안전 문제를 토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교육청에서는 ‘안전이란 무엇인가’, ‘왜 안전은 학생의 권리인가’, ‘4.16 세월호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등의 주제로, 학생의 눈높이에서 안전을 생각해보고 대안을 찾아가도록 하는 <‘안전 인권’ 우리 학교 대토론회>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 누구나 안전하게 교육 받도록 하겠습니다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능력을 키우려면 예방 교육이 가장 중요합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성장 단계에 맞게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안전한 생활습관이 몸에 배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소방서 등 서울의 모든 기관으로부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협조체제를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
심리적·정서적 안전 또한 세심하게 살피겠습니다. 학교폭력은 물론이고 게임 중독, 약물 중독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중독예방센터를 만들었습니다. 친환경급식으로 먹거리 안전을, 서울시와 함께하는 학교 화장실 개선 사업을 통해 위생 안전을, 상담과 트라우마 치료 등 정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아가 다문화 가정 학생, 부적응 학생, 장애 학생 등 약자가 소외되지 않고 안전하게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항상 지켜보겠습니다.
세월호의 기억이 참사로만 남지 않고 변화의 밑거름이 되어야 아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을 기억하고 세상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한 아이들은 또 다른 의미로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4월을 슬픔으로만 머물지 않게 하겠습니다. 슬픔을 통해 각성하고, 각성을 통해 거대한 변화를 싹트게 한 희망의 달로 기억되기를 소망하며 실천하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5. 4. 14.
서울특별시교육감 조희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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