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교육감님, 저희는 은평구에 위치한 자율형 사립고 대성고등학교 1, 2학년 재학생입니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잘 알고 계시다시피 대성고는 학교측의 결정으로 일반고 전환이 추진중입니다. 이미 서류가 접수됐고, 서울시 교육청에서 취소 결정을 했다는 소식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습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조차 모르는 학생들은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학교에서는 단 한 번도 학생들에게 일반고 전환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지 않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서울시 교육청은 이러한 잘못을 눈 감아 주시는 겁니까? 학생은 꼭두각시처럼 학교가 하라는대로 하고, 학교가 결정하면 따르는 것이 우리 교육이 추구하는 방향인가 궁금합니다. 과연 조희연 교육감님은 자사고 폐지가 학교 구성원이자 교육 주체인 학생들의 인권, 나아가 학생들의 권리 추구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대성고에 입학한 학생들은 대성이 자사고라서 선택을 했습니다. 아무리 우리까지는 자사고로 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중간에 일반고가 되는 것은 학교의 제도가 바뀌는 중요한 문제이며, 향후 학칙 개정을 유발하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학교는 이 과정에서 최소한 학생 대상 설명회라도 했어야 합니다. 자사고에서 일반고가 될 경우 학교는 학생들에게 어떠한 보호조치를 할 것인지, 일반고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학생들이 전학을 선택할 수 있는지 등등 이후 발생할 여러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학교는 학생들에게 단 한 마디의 의견도 묻지 않았고, 단 한 번의 설명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이런 과정을 모두 생략했고, 교육청은 이런 문제를 알고도 자사고 지정 취소에만 관심을 갖고 학생들의 억울함을 외면하였습니다. 교육감님이 생각하는 교육의 대의는 학생이 피해를 보아도 상관없는 성급한 자사고폐지입니까? 아니면 학생인권보장과 학생이 주를 이루는 교육입니까? 대한민국은 절차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 국가이며, 지금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이 만든 정부가 아닙니까? 저희는 재작년 가을,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가 국민들과 함께 외쳤으며, 불통정부에 대해 항의하고 국민의 목소리로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성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와 서울시 교육청의 과정은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통로를 차단한 채 독재정부처럼 진행하고 있습니다. 왜 매번 교육제도의 변경과 교육정책의 변화에 있어서 학생은 실험도구가 되어야 하고 학생은 피해자가 되어야 합니까? 언제까지 학생들만 괴롭히는 교육을 추구하실 겁니까? 학교는 학생 의견뿐만 아니라 부모님들 의견도 반영하지 않았고, 지금도 침묵으로 일관합니다. 심지어 일부 교사들은 “니들은 이제 전학도 못간다, 가봐야 폭망이다” 이렇게 말합니다. 대체 왜 이렇게 중요한 과정에 학생들이 배제되고 교사들의 비웃음을 통해 일반고 전환 소식을 접해야 합니까? 이것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현실입니까? 이것이 조희연 교육감님이 원하시는 교육방향입니까? 학교는 학부모와 학생에게 거짓말을 하고 교육청은 절차가 맞지 않아도 밀어붙이는 일반고 전환 과정을 바라보는 우리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느낄까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해도 되고, 학생들의 눈과 귀를 막아도 되고, 교육감님은 자신의 공약을 이루기 위해 절차를 무시해도 되는 그런 나라를, 그런 사회를 배우라는 것입니까? 자사고를 만들어 달라고 학생들이 요구한 것이 아닙니다. 부모님들이 원한 것도 아닙니다. 나라에서 만들었고, 이 나라의 교육제도가 허용한 것입니다. 그리고 사립학교가 그 제도에 동참했습니다. 저희는 그리고 학생들은 이미 만들어진 자사고를 선택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왜 자사고를 폐지하는 과정에서 왜 학생과 부모는 항상 희생양이 되어야 합니까? 자사고를 선택한 학생들은 죄인입니까? 들어오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렇게 학생 의견 수렴 한번 없이, 설명회 한 번 없이 일반고로 막 가도 되는 것입니까? 왜 교육감님은 이런 학교를 두둔하고 학생들을 외면하십니까? 이대로 대성이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학생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을 것이고, 이 사회와 어른들에 대한 불신을 씻어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자사고 운영이 어렵다면 일반고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절차를 밟아서 처리해야 하고 교육 주체들의 의견을 꼭 들어보아야 합니다. 학생들의 피해는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습니까? 교육감님께서 진정으로 학생들을 존중하신다면 지금 학생들이 겪는 피해와 상처, 그리고 학교와 교육청의 불법적인 절차를 조사해주시고 이에 대해 진심 어린 답변을 해주십시오.
답변내용
안녕하세요? 서울시 교육감 조희연입니다.
지난 8월 10일 서울교육정책에 대한 소통의 통로로 만든 <시민・학생 청원게시판>을 개통한 지 딱 열흘 만에 학생 1,000명 이상이 ‘동의’를 표한 1호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이하‘자사고’)인 대성고등학교(이하 ‘대상고’) 학생들이 제기한“교육감님은 왜 학생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사고를 폐지하십니까?”라는 청원이 바로 그것입니다. 먼저, 서울교육정책에 큰 관심을 보여준 대성고 학생들에게 감사드리며, 대성고 학생들의 모교 사랑에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여러분이 일반고 전환 과정에서 제기한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최대한 성심껏 답변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이번 전환 과정에서 학생 의견 수렴이 미진했다는 것입니다. 대성고의 일반고 전환 신청 과정에서 학교는 나름대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학교 측의 노력이 공감을 얻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학교법인에서 제출한 자료의 적법성을 판단하고 그것에 기초하여 관련 정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그런 절차에 따라 진행하였다는 점을 말씀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학교와 학생 ․ 학부모가 추구하는 교육목표는 같습니다. 바로 여러분의 전인적 성장입니다. 앞으로의 과정에서는 더욱 그 목표를 위해 학교 ․ 학생 ․ 학부모 등 학교구성원 모두 머리를 맞대고 소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교육청도 대성고 구성원들의 원활한 의사소통 지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이번 전환 과정에서 교육청이 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실행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요청은 학교 측의 자발적인 의사결정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전환 과정에 대해 부정적인 경우, 교육청이 일반고 전환을 강요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서울시교육청은 2014년부터-2017년부터는 문재인정부도 이를 천명하고 있습니다—자사고 일반고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그것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이 대성고의 일반고 전환에 영향을 미친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교육청이 강요한 것은 아닙니다. 이전에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한 미림여고와 우신고 역시 학교법인의 자발적 의향과 관련 서류제출을 출발점으로 진행되었고, 지금은 모범적인 일반고로 지역의 사랑하는 학교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교육청은 학교 신청 이후 관련 법령을 준수하여 일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과정 가운데 학부모 면담과 의견서를 제출받아 반영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의 남은 과정에서도 관련 규정을 지킬 것을 약속드립니다.
세 번째는 재학생이 일반고 전환 과정에서 어떤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자사고 입학 재학생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대성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더라도 자사고로 입학한 현재 재학생은 졸업할 때까지 정상적인 자사고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됩니다. 일반고 전환 후에도 우리 교육청은 5년간 예산 10억 원 지원 등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다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후배들도 자사고 때보다 더 다양하고 특색 있는 교육활동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추후에도 어떤 피해를 우려하시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한 학교들이 자사고 시절에 학교가 발전시켜 온 장점들을 온전히 유지하면서 일반고의 틀 내에서 아름다운 사학의 꽃을 피우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대성고 학생들이 답변이 미진하고 더 깊은 토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저희에게 요구한다면 저는 ‘교육감과 함께하는 학생 토론회’를 수용할 의향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그동안 고교다양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자사고 정책은 오히려 특목고-자사고-일반고로 이어지는 수직적 서열화, 그리고 입시명문이 되기 위한 무한 경쟁으로 치달아 우리의 고교교육을 왜곡시켜왔습니다. 이제 왜곡된 수직적 다양화가 아니라 좋은 교육을 향한 ‘수평적 다양화’가 서울교육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대안적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대학서열과 학벌사회를 극복하고, 우리 교육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학생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지금 이 영상에서 드리는 짧은 행정적 답변 이외에,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자사고 문제의 구조적, 사회적, 교육적 의미와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교육개혁정책의 방향에 대해서 긴 글을 별도로 올립니다.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이를 읽고 함께 진지한 토론을 하고자 한다면 환영한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비록 자사고 학부모, 학생들과 서울시교육청, 서울교육감인 제가 자사고 정책을 둘러싸고 갈등을 하지만 그런 갈등 속에서도 저는 진지한 합리적 토론과 숙의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토론회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 여러분의 생각을 경청하고, 이에 대한 저의 생각도 허심탄회하게 나눌 계획입니다. 분명 서로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 자사고 문제의 구조적・사회적・교육적 의미를 토론하기 위한 추가적인 의견은 아래 게시물(첨부문서)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링크주소 : [추가의견 바로가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