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제 수학, 과학 올림피아드에서 한국 학생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한국 올림피아드를 통해 선발된 우리 대표단은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전원이 메달을 수상하며 중국, 미국에 이어 국가 종합 3위를 기록했습니다. 국제 물리, 화학, 생물 올림피아드에서도 한국 대표단 전원이 메달을 수상했습니다.국제 물리 올림피아드에선, 서울과학고 학생이 대회 참가자 중 종합 1위를 기록했습니다.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올림피아드 수상자 19명 가운데 14명이 서울과학고 학생입니다. 또 서울 숙명여중 학생이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을 수상했습니다.
최선을 다해준 우리 학생들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보냅니다. 이처럼 빛나는 영광은 우리 선생님들과 교수님들의 치열한 헌신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내면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애써주신 모든 분께,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자연이라는 책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쓰여 있다”라고 합니다. 구체적인 현상을 추상화하는 수학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실제로 아이들은 수 개념을 익히면서, 추상적 사고를 경험합니다. 자연과학, 공학, 경제학 등 현대의 많은 학문이 수학을 언어로 쓰는 것도, 수학이 지닌 추상의 힘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빠르게 발달하는 인공지능 이론은 높은 수준의 수학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수학과학융합교육센터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수학은 단지 과학과 산업의 기초이기 때문에, 혹은 입시의 주요 과목이어서 중요한 것만은 아닙니다. 수학자 칸토어는 “수학의 본질은 그 자유에 있다.”라고 했습니다. 오로지 논리라는 제약만 있을 뿐, 다른 권위와 고정관념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의 세계가 바로 수학입니다. 수학을 통해 우리는 경험과 감각의 한계를 넘어선 추상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익힐 수 있으며, 이는 불합리한 관행과 편견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기초가 됩니다. 이 같은 역량은 우리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자라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소양입니다.
물리, 화학, 지구과학 등 자연과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과학은 단지 기술과 산업의 기초이며 입시의 주요 과목이기 때문에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 현상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힘은 시민이 반드시 갖춰야 할 소양입니다. 특히 갈수록 심화하는 기후 위기는 미래 사회를 이끌 우리 학생들에게 과학 소양이 더욱 중요해지리라는 점을 예고합니다. 또 섣부른 편견을 배제하고, 관찰과 실험을 근거로 판단하는 과학적 사고방식은 부정확한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를 살아갈 민주시민에게 필수적인 역량입니다.
서울교육공동체 안에는 수학과 과학을 즐기는 학생도 있고, 이들 학문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국제올림피아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수학과 과학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높은 수준의 수학과 과학 실력이 필요한 진로를 꿈꾸는 학생도 있고, 기초 수준의 수학과 과학만 필요한 진로를 꿈꾸는 학생도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누구도 소외돼서는 안 됩니다.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은 흥미와 재능을 계속 키워갈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수학과 과학을 어려워하는 학생은 섬세한 맞춤형 교육을 통해 이들 학문에 재미를 느낄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이른바 ‘수포자’라는 표현은 사라져야 합니다. 대신 모든 학생이 자기 눈높이에 맞는 수학 수업을 통해, 수학의 즐거움에 눈을 뜰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이해하는 속도를 존중하는 수학교육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일부 학원가에서 이뤄지는 무리한 선행학습은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여 수학과 과학 개념을 소화할 기회를 박탈하고, 문제 풀이 요령을 외우는 것으로 수학 및 과학 공부를 대체하게 할 위험이 있습니다. 개념을 깊이 이해하지 않은 채, 문제 풀이 요령만 외우는 것은 공부가 아닙니다. 아울러 이런 방식은 우리가 수학과 과학을 배우는 목적과 배치됩니다. 수학과 과학 교육을 통해 자유롭고 창의적인 역량을 기르기 위해선, 무리한 선행학습이 아닌 학생의 눈높이를 존중하는 수학, 과학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수학과 과학의 본질을 해치는 무리한 선행학습을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구과학, 천문학, 정보과학 올림피아드 수상자도 곧 발표됩니다. 이들 분야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모든 선진국이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는 STEM(수학, 과학, 공학) 교육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국제올림피아드에서 거둔 좋은 성과는 미래를 준비하는 STEM 교육 역시 한국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습니다.
국제올림피아드에서 우리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내기까지 애써주신 모든 분께 거듭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영광의 순간을 경험한 학생들이 앞으로도 치열하게 꿈을 키울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다시 한번 깊은 축하를 전합니다.
202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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