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 10년의 성찰,
지속가능한 혁신으로 나아가겠습니다.
Ⅰ. 서울교육 혁신의 여정을 돌아보며
- 서울교육 혁신의 시작과 끝, ‘교실혁명 프로젝트’
- 교육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서울교육의 노력, ‘정의로운 차등’
- 서울교육 혁신을 견인한 ‘서울형혁신학교’
- 교육활동 집중을 위한 학교 업무 부담 경감
- 안전하고 쾌적한 학교
- 코로나19 감염병 위기의 극복
Ⅱ. 새로운 시대의 도전, 보완과 응전의 서울교육
-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노력
- 교권과 학생인권의 조화, 공동체형 학교
- 새로운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① 기후위기와 생태전환교육
② 인공지능 · 디지털 교육
③ 인구 감소와 도시형 캠퍼스
-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 마이너리티 학생에 대한 특별한 지원
Ⅲ. 서울교육의 지속가능한 혁신을 위하여: 10년에 즈음한 다짐
① 글로벌 보편성을 갖는 단계로까지 나아가기 위해 수업-평가 혁신 노력 지속하겠습니다
② 학교 현장의 자발성과 다양성이 지속가능한 서울교육의 동력(動力)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③ 서울교육의 지속가능한 혁신이 가능하도록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의로운 차등’을 한층 강화하겠습니다.
④ 초·중등교육의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대입제도, 대학서열화 체제 개혁을 위해 앞장서겠습니다.
서울교육 10년의 성찰,
지속가능한 혁신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교육공동체 여러분!
서울교육을 제게 맡겨 주신 지 어느덧 10년이 흘렀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땀 흘려온 교육공동체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수학여행을 떠났던 아이들이 끝내 돌아오지 못했던 10년 전 그날을 기억합니다. 침몰하는 배 안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따르다 숨진 아이들의 소식 앞에서, 우리는 절망의 바닥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답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혼란의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친구를 믿지 말고, 오직 경쟁에서 앞서는 데만 몰두하라고, 그래야 살아남는다고 가르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는 우리 공동체의 미래에 희망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먼저 떠난 세상에서 어른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겐 책무가 있습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바닥에서 희망을 만들어 낼 책무입니다. 그 희망의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자랄 터전은, 오직 학교뿐입니다. 선생님과 학생이 만나는 바로 그곳에서만, 우리가 서로 신뢰하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희망을 키울 수 있습니다. 바로 그 희망의 교육을, 우리는 혁신교육이라고 부릅니다. 혁신이란, 낡은 관성을 깨고 새로 거듭나는 과정입니다. 절망의 바닥에서 희망으로 도약하는 힘은 낡은 관성에선 생기지 않습니다. 오로지 치열한 혁신을 통해서만 생겨납니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 이후의 교육은, 우리 교육의 낡은 관성을 과감히 부수는 혁신으로 출발해야 했습니다. 옆을 돌아볼 여유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입시경쟁, 점수로 계량화할 수 있는 역량에만 집중하는, 그리하여 아이들의 다양한 재능을 살리기 힘든 교육 제도, 선생님이 자율적인 열정을 쏟기 힘든 학교문화 등을 혁신하는 노력이 절실했습니다. 10년 전 서울시민께선 바로 그 책무를 제 어깨 위에 얹어주셨습니다. 부족한 제가 감히 교육감직을 짊어졌던 힘도 절망의 바닥에서 희망을 찾으려던 10년 전의 염원에서 비롯됐습니다.
지난 10년, 우리는 과감한 혁신으로 다양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서울교육공동체의 치열한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취입니다. 서울교육공동체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Ⅰ. 서울교육 혁신의 여정을 돌아보며
지난 2014년부터 교육공동체와 함께해 왔던 서울교육 혁신의 여정을 돌아봅니다. 지난 10년의 혁신교육은 초중등교육을 제도와 문화 측면에서 정상화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함께 서울교육을 성장시켜 오면서 뿌듯했던 시간도 있었지만, 아쉬웠던 때도 있었습니다. 이 지난 했던 10년을 돌아보며 서울교육을 성찰해 봅니다.
- 서울교육 혁신의 시작과 끝, ‘교실혁명 프로젝트’
서울교육 혁신을 한 장면으로 표현하라고 하면 어떤 장면을 생각할까요?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저는 교실 수업 장면을 꼽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열정적인 수업 진행과 학생의 자발적 배움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단적으로 서울교육이 추구하는 목표일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서울교육은 학생들의 주도적 배움과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습니다. 일제식 수업을 보완하여 학생도 함께 참여하며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을 실현하고자 노력하였고, 그 가운데 우리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지원해 왔습니다.
교실 수업 혁신을 위한 ▲학생 중심 교육과정 다양화, ▲교과 성격과 내용에 적합한 다양한 수업 방식, ▲학생 성취를 파악하여 교수학습을 개선하는 과정중심 평가 등 교육과정·수업·평가 혁신을 통칭하여 ‘교실혁명 프로젝트’라 불렀습니다. ‘교실혁명 프로젝트’는 지난 10년간 서울교육 혁신의 핵심 영역이었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몇 가지 결정적 장면을 보겠습니다.
서울은 인공지능 시대가 요구하는 질문이 있는 교실(2014)을 수업 혁신의 방향으로 설정하고 10년 동안 노력해 왔습니다. ▲지식 습득만을 위한 암기 위주 학습, ▲줄 세우기 결과를 위한 평가, ▲무한경쟁의 교실 모습을 바꾸고자 시행한 정책입니다. 학생들이 질문을 통해 생각하고 발표하며 친구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가운데 사고력을 키우도록 하였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가진 각자의 재능, 꿈과 끼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교육으로 ‘오직 한 사람(Only One)을 위한 교육’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획일적인 교육과정이 아니라 개별 학생과 학교에 맞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다양한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서울혁신미래교육과정(2016)은 전국 최초로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과정으로 학교교육을 살아 움직이게 하였습니다. 서울형 자유학기제(2016)를 통해서는 학생들의 시험 부담을 줄이고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탐색하며 미래의 삶을 계획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정·수업·평가 운영으로 학교 교육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왔습니다.“학생을 성적으로 줄 세우는 교육을 개혁하고, 교육 불평등에 도전하는 교육감이 되겠다.” 교육감으로 당선되며 시민들께 했던 약속입니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2014년 12월, ‘일반고 전성시대’ 계획을 수립하여 공교육의 뿌리인 ‘일반고 살리기’에 돌입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의 일반고등학교 전환’이 있었습니다. 자사고가 본래 취지와 맞지 않게 성적 우수 학생을 선점하여 고교서열화의 문제를 낳고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자사고의 자발적인 일반고 전환을 유도한 결과 몇몇 학교는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했습니다. 또, 학교와의 법적 다툼에도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엄정하게 하는 등 수많은 갈등을 조정하며 한발 한발 나아갔습니다. 지난한 분투로 지난 정부의 ‘2025년 자사고 일반고 전환’이라는 정책적 결실을 끌어냈습니다. 그러나 이번 정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자사고 존치를 결정하였습니다. 지난 10년간 서열화한 고교체제를 수평적 다양화의 모습으로 바꾸고자 했던 노력이 벽에 부딪혔습니다.
초등 의대반 열풍, N수생 양산을 낳는 우리 사회의 참혹한 입시경쟁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서열화한 대학체제와 고교체제를 수평적으로 개혁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저는 수직 서열화한 고교체제를 ‘수평적 다양성’이 꽃피는 고교체제로 전환하려는 목표와 가치를 잊어서도, 잃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수평적 다양성의 확대를 위해 지금껏 혁신해 왔듯이 충실한 고교학점제 운영과 일반고 지원을 통해 다시 제2의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습니다.
- 교육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서울교육의 노력, ‘정의로운 차등’
모든 학생이 평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교육복지를 확대했습니다. 2014년 초·중으로 확대된 무상급식은 2022년 유치원까지 확대하여 서울 모든 유·초·중·고 학생들이 건강하고 질 높은 친환경 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 학습준비물 지원, 입학준비금 지급 등을 통해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모든 학생이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7년 장애 학생 학부모가 특수학교 신설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 앞에 무릎 꿇고 호소하는 모습이 시민들에게 알려지며 우리 사회의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2019년 17년 만의 공립특수학교인 서울나래학교를 설립하고 이어서 2020년 서울서진학교를 설립했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특수학교 설립 과정에서 특수교육이 시혜가 아닌 ‘교육받을 권리’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습니다. 무엇보다 장애 학생의 ‘학교 가는 길’이 가까워져서 뿌듯했습니다. 특수학교는 더 확대돼야 합니다. 특수학교 설립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지만, 시민들의 도움으로 특수학교를 신설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가칭)동진학교, (가칭)성진학교도 차질 없이 설립하겠습니다.
특수학교 설립 못지않게, 학교 안 특수학급 설치도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특수학교에서 거리가 먼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이 거주지와 가까운 일반 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으며 맞춤형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 서울 모든 학교에 특수학급이 의무적으로 설치되었으면 합니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교육 기회 보장을 위해 특수교육 수요가 있는 학교에서는 의무적으로 특수학급을 설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 서울교육 혁신을 견인한 ‘서울형혁신학교’
학생·교직원·학부모·지역사회가 협력하여 배움과 돌봄의 책임교육을 실현하고 전인교육을 추구하는 학교로서 서울형혁신학교를 확대해 가며 내실 있게 운영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서울형혁신학교는 공교육 변화의 물꼬를 텄습니다. 혁신학교의 성과들을 일반학교로 확산하여 서울 모든 학교가 교육 혁신에 동참하도록 하였습니다.
학교에서는 교육공동체가 함께 협의하며 자율적인 예산집행과 특색 있는 교육활동을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었습니다.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2015)는 학교 구성원들이 토론하고 결정하는 소통과 협력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였으며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조성하였습니다.
서울교육은 교실 수업을 지역사회로 확장하여 학생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과 연계하여 배울 수 있도록 교육청, 서울시, 자치구, 시민들의 교육 협력체제인 혁신교육지구를 운영하였습니다. 마을교육공동체인 혁신교육지구는 2019년에 서울시 25개 모든 자치구가 함께 하며 학교와 마을, 가정이 함께하는 교육 협력체제를 만들었습니다.
- 교육활동 집중을 위한 학교 업무 부담 경감
교사들이 수업과 학생 지도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행정업무를 경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울교육은 학교 혁신을 통해 행정업무를 경감하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학교의 업무 부담을 덜고 어려움을 선제적으로 해결, 지원하는 학교통합지원센터(2019)는 그 노력의 산실입니다. 학교통합지원센터에서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지역교권보호위원회 등을 학교로부터 이관받아 학교가 부담 없이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활동 중심의 학교 여건 조성을 위해 지난 2월부터 학교행정 통합지원 모델 연구 TF를 운영하였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모델을 완성하기 위해 7월 1일부터 학교행정 통합지원을 위한 학교행정통합지원센터를 1개 교육지원청에 설치하여 시범 운영합니다. 이번 학교행정통합지원센터 시범 운영을 통해 인력 채용, 입학준비금, 대규모 공사 추진, 학교 공통사업 등의 학교행정 업무를 학교행정지원센터로 이관하여 행정업무 추진의 효율성을 높이고 학교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행정업무 경감을 이루어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또 7월 1일 자 조직개편으로 교육청 내 ‘유보통합추진단’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유보통합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유보통합의 실행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한 부분이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유보통합추진단을 통해 서울시 및 자치구의 영유아보육 사무 이관을 추진하고 자치법규 정비, 교육기관, 교육과정 등 통합 모델 마련 등 구체적이고도 합리적인 유보통합을 추진하겠습니다.
- 안전하고 쾌적한 학교
학교 안팎의 안타까운 사건·사고,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있을 때마다 학생들이 안전한 교육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2017년 포항 지진 이후에는 학교 건축물의 내진 보강 계획을 마련하고 가용한 예산을 활용해 계획보다 빨리 학교 건축물의 내진 보강을 완료하고자 했습니다. 2019년 초등학교의 화재 사건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의 학교 설치 현황을 파악했으며 2026년까지 제거해 나갈 계획입니다. 2022년 스쿨존 교통사고로 인해 초등학교 주변 통학로 점검과 개선 대책 마련이 시급하였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점검단이 초등학교 통학로 전수조사(2023)를 시행하고, 교육지원청별 통학로 안전협의체를 구성하여 유관기관과 함께 교통안전시설을 신속하게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획일적, 표준화된 교육 공간에서 창의적인 교육 공간으로 변화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꿈을 담은 교실(2017), 꿈을 담은 놀이터(2017) 등을 통해 어른들의 시각으로 만들어진 공간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학생들이 학교에 가고 싶도록 공간을 혁신했습니다.
- 코로나19 감염병 위기의 극복
지난 10년에서 3년은 모두가 처음 경험한 코로나19에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순 없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2020년 지역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여 감염병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고 교육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코로나19 위험이 심각했을 때부터 안정될 때까지 코로나19 일일 브리핑 481회, 주간 코로나19 정례브리핑 35회를 통해 코로나 방역 상황을 소상히 알렸으며, 열화상 카메라와 체온계, 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학교에 빠르게 지원하여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만들고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자 2020년 4월 학교는 온라인으로 개학하며 원격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코로나 위기를 교육의 디지털 전환의 발판으로 삼았습니다. 원활한 원격수업을 위해 지자체와 협력하여 교육 소외계층에게 디지털 기기를 제공하고 학교에 무선 인터넷망을 설치하며 모든 학생이 사각지대 없이 학습권을 누리도록 원격교육 기반을 갖췄습니다. 학교가 오로지 교육과 방역에만 힘쓸 수 있도록, 불필요한 업무를 최소화하는 ‘뺄셈 행정’을 시행했습니다. 이처럼 서울교육공동체는 학교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분투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코로나가 대유행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다행히 서울교육공동체의 철저한 방역 관리로 수험생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무사히 치를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Ⅱ. 새로운 시대의 도전, 보완과 응전의 서울교육
서울교육 혁신의 여정에선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기울여 왔습니다. 서울교육을 위해 주신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며 보완적 혁신의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새로운 도전에 응전하는 힘을 기르는 데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노력
교육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지난한 혁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안정한 경제 상황과 열악한 사회안전망 속에서 안정적인 소득과 지위가 보장되는 학과로 진학하기 위한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고,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교육격차도 벌어졌습니다. 특히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불평등은 더 심각해졌습니다.
코로나가 남긴 상흔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학생의 기초학력 저하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학생을 성적에 의해 줄 세우지 않아서, 제대로 평가하고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서 기초학력이 부실해졌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초학력 저하는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기초학력 저하의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다만, 다양한 요인에 따른 기초학력 부실이 우리의 현실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기초학력은 인권이라는 시각에서 다각적인 대응을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저는 이를 보완적 혁신이라고 부릅니다.
대표적으로 ‘서울 학생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를 전국 최초로 개발해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서울시의회의 요청과 지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문해력·수리력 진단검사는 여러 교과를 학습하는 기초 소양인 문해력과 수리력을 진단할 수 있는 범교과적 검사 도구로 개발되었다는 점에서 교과를 기반으로 한 기존의 기초학력 진단 도구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올해 500교, 약 10만 명의 학생이 볼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2023년 초·중·고 210교 약 45,000명 참여에 비해 120% 확대했습니다. 과거와 같은 일률적인 일제고사식의 진단이 아니라, 학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지만, 모든 학교가 규칙적으로 학생의 기초학력을 진단하고 학부모에게도 공유하면서 그에 맞는 맞춤형 지원 정책을 보강해 가는 새로운 학교 풍경이 가능할 것입니다. 앞으로 더욱 치열하게, 학생들이 진단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기 문해력, 수리력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교원의 문해력, 수리력 지도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가 연수를 운영하고, 방과후 기초 문해력, 수리력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등 진단 결과가 학생의 문해력, 수리력 신장을 위한 맞춤형 지원과 연계될 수 있게 하겠습니다.
- 교권과 학생인권의 조화, 공동체형 학교
지난해 소중한 선생님과 아픈 작별을 겪으며, 우리는 선생님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활동 보호 긴급지원팀 ‘SEM119’(2017), 교원배상책임보험(2019) 등을 통해 교육활동 중 발생한 교원의 어려움에 대하여 맞춤형으로 지원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저는 세 번째 임기 1호 조례로 교육활동보호 조례를 시의회에 제출하며 교권 보호에 의지를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선생님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깊은 책임을 통감합니다. 어느덧 선생님의 1주기입니다. 그동안 진전은 있었습니다. 교원단체, 동료 선생님, 유가족의 협력으로 선생님의 순직이 인정됐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2023년 9월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종합대책을 수립하여 실질적인 교육활동 침해 예방지원, 교육활동 지원, 분쟁·치유 지원 등 선생님이 체감할 수 있도록 보완했습니다. 교육감이 직접 학교에 대한 악성 민원에 대처하였습니다. 국회 차원에선 이른바 교권 보호 5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선생님이 아동학대 당사자가 됐을 경우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서 선생님을 보호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는 교육부의 발표처럼 법과 대책이 차츰 효과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저는 교육활동 보호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더 촘촘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서울시교육청도 현장의 의견을 들으며 대책 보완과 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꾸준히 요청하고 계시는 아동복지법 개정이나 현장체험학습 책임 분산 등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하고 법제도 개선을 위해 국회와 긴밀히 소통하겠습니다.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와 함께 수업과 배움의 교육활동이 중심이 되는 학교 문화를 만들어 갑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7월 1일부터 1개 교육지원청에 학교행정통합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시범 운영합니다. 기간제교사나 강사 등 각종 인력 채용, 입학준비금, 대규모 공사, 보건 환경 위생업무나 불법 촬영기기 점검과 같은 위탁 업무 등 학교에서 처리하고 있는 여러 행정업무를 학교행정통합지원센터로 이관하여 학교가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로 학생 인권의 기반이 처참히 무너졌습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추진한 이들은 학생 인권이 동성애를 조장하고, 교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합니다. 10년 전에 학생인권조례를 흔들었던 논리와 똑같습니다. 이러한 주장에 단호히 반대합니다.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시민이 직접 나서 스스로 인권을 제도화시킨 국내 최초의 인권 선언이자 법적 규범입니다. 학생인권조례 시행과 함께 체벌이 근절되고 권위와 통제 중심의 과거 교육이 막을 내리며 인간의 존엄과 다양성의 가치를 담아내는 선진국형 미래 교육을 향한 새로운 노력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 권위주의 학교의 반작용으로 학교의 민주적 운영이 중시되면서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주체별로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게 된 민주적 학교에서 자기 생각을 타인에게 관철하기 위해 자신의 견해만을 극단적으로 내세우는 갈등이 심화하였습니다. 여러 주체의 권리가 상호 충돌하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각종 법과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빈번히 일어났습니다. ‘내 새끼 지상주의’에 사로잡힌 일부 학부모의 민원이 교육활동 침해로 이어지는 현실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극단적 악용 사례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힘없는 학생들을 탓하고 학생 인권을 없애는 방법으로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 이후 제가 3일간의 천막 농성을 할 때, 이를 지지하며 찾아온 한 중학생은 “학생인권조례 폐지, 교육적인가, ‘교육의 적’인가”라는 손팻말을 만들어왔습니다. 또한 당시 수많은 선생님이 발표한 성명서에서 인상적인 표현이 있었습니다. “한 교육구성원의 인권 선언을 지우는 방법으로는 다른 교육구성원의 인권 역시 지킬 수 없다”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의 인권이 존중받는 공동체형 학교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학생 인권에는 단지 학생 인권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해 온 무수한 분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학생 인권의 역사가 후퇴해선 안 됩니다. 저는 교육감에게 부여된 모든 권한을 활용해 학생의 인권과 공존의 교육을 지켜 내겠습니다. 대법원 제소를 통해 학생인권조례 폐지의 공익 침해와 법령 위반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폐지 조례 의결의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제출하여 학생인권조례의 효력을 유지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민주적 학교를 기반으로 ‘공동체형 학교’를 향해 진전하겠습니다. 공동체형 학교를 위해선 교사의 역할이 중심이 되고, 교사를 중심으로 모두가 당당하면서도 ‘관계’가 공동체적이어야 한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학생의 교사를 향한 존경심, 교사의 학생에 대한 존중심, 학부모의 학교에 대한 협력심으로 교육적 관계의 조화를 이루겠습니다. 공동체형 학교에서는 교사 자율성과 전문성에 기반한 교육활동이 이루어지며 교실 변화를 촉진하고 우리 학생들이 권리와 책임을 배우며 바른 인권 의식을 갖춘 민주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 새로운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코로나 위기를 넘어온 서울교육공동체 앞에 새로운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급격한 기술 변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 기후변화, 학령인구 감소 등이 맞물린 복합적 위기입니다. 서울교육은 복합적 위기에 책임 있는 응전을 위해 다양한 교육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새로운 사회 환경과 조응하는 미래 학생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① 기후위기와 생태전환교육
전 지구적으로 폭염, 혹한, 집중호우 등 이상 기후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생태전환교육이 학생들에게 절실합니다. 학생은 생태 시민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서울교육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생태전환교육을 강화하고 기후행동 365 실천 네트워크를 통해 교육공동체가 함께 생태전환교육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는 서울시민을 포함한 교육공동체가 모여 생태적 실천문화 확산을 위한 생태전환교육 한마당을 열기도 하였습니다.
서울교육은 학생이 생태 감수성을 함양하고 생태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키울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하반기에는 학교의 생태전환교육 실천 역량을 높이기 위해 2022 개정 교육과정 적용에 따른 생태전환교육 인정도서 개발을 마무리하고 학교 현장에 보급할 준비를 합니다. 또 체험형 자원순환교육 실천학교, 탄소제로실천 선도학교를 지정하여 운영할 예정입니다. 학생을 포함한 학교 공동체가 함께 자원 재활용 및 자원순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탄소배출을 줄여나가는 실천적 생태 시민으로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② 인공지능 · 디지털 교육
서울교육은 코로나 위기에서 원격수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으로 차분하게 응전하였습니다. 안정적인 원격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원격교육 관련 교원 연수 실시, 자료 개발 등 원격수업 내실화를 위한 에듀테크 교육을 현장에 빠르게 안착시키고자 하였습니다. 이는 곧 교육 현장의 디지털 대전환으로 연결되며 발전된 AI·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울교육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교실을 점차 미래 교실의 모습으로 바꾸었습니다.
디지털 기반 수업 혁신에서 선생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교육은 디지털 기반 수업 혁신을 위해 맞춤형 연수를 강화하여 교원이 교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디지털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교원의 AI·디지털 활용 역량을 수준별로 나누어 기본, 심화, 전문가 과정 연수를 운영하고 실습 중심의 연수 지원으로 디지털 기반 수업 혁신이 교실에서 실질적으로 실현되고 학교 전체의 변화를 이끌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또한, 학생을 포함한 교육공동체의 올바른 AI·디지털 활용을 위한 인공지능 윤리 의식 및 디지털 시민성도 함께 기르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디지털·AI 기술에도 빛과 그림자가 모두 있습니다. 디지털·AI 기술은 교실의 기술적 환경을 혁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디지털·AI 기술이 가져오는 가능성을 일찍이 적용하여 교육의 오랜 목표인 ‘개별화 맞춤형 교육’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디지털·AI 기술에 대한 우려 역시 있습니다. 사회·경제적 격차에 따른 정보격차의 문제와 함께 우리 학생이 교사와 부모의 시야 밖에서 각종 부적절한 정보와 동영상에 노출되는 것입니다. 이는 학생의 심리·정서·마음 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은 이제 사이버 공간에서, 단체 대화방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금도 사이버폭력 예방교육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만 디지털 윤리와 사이버 공간에서의 자기 절제의 미덕을 함양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응전하겠습니다. 특히 디지털·AI 시대의 명암을 직시하면서, 적용과 보완, 새로운 규제와 규율을 결합해 갈 것입니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AIDT(AI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여러 우려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 사업 초기 단계부터 AIDT가 ‘공교육에 적합한 도구’로서 잘 개발되어 교육격차를 줄이고, 개별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소통하겠습니다.
③ 인구 감소와 도시형 캠퍼스
우리나라의 초중등 학생 수는 1980년대 1,000만 명 수준이었습니다. 2020년대에는 600만 명의 학생 수가 무너지며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40% 이상의 학생 수가 감소한 상황입니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대도시 서울도 예외가 아닙니다. 학교를 폐교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기도 하고 소규모 학교가 증가해 학교의 교육력이 낮아지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서울만의 인구 문제 특성도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재개발 등으로 학생들이 몰려 과대학교, 과밀학급이 되어 학생들의 교육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서울교육은 도시형 캠퍼스라는 창의적인 학교 운영 방안을 마련하였습니다. 현재 202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서울강솔초등학교 (가칭)강현캠퍼스 설립을 결정하였습니다. 서울에서는 분교 형태의 도시형 캠퍼스 운영이 처음이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의 지속가능한 학교 모델로 종로구 효제초와 중부교육지원청 부지에 도심 내 학교와 공공주택, 업무시설이 공존하는 ‘새로운 주교복합단지’ 형태도 SH 및 서울시와 협력하여 구상 중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모델은 학생 수가 급감하는 대도시에서 학교소멸이 지역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고 선순환하는 새로운 돌파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별 학생 수 불균형을 새로운 학교 운영 모델 정립으로 해결 방안을 찾아보겠습니다. 학교를 세우고 학생들이 찾아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있는 곳 어디나 학교가 있을 수 있도록 유연한 교육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 마이너리티 학생에 대한 특별한 지원
‘정의로운 차등’의 궁극적인 목표는 성별, 인종, 장애, 경제적 여건, 배우는 속도 등의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누구나 충분한 교육의 기회를 누리며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서울교육은 혁신미래교육 10년을 지나오면서 교육불평등 해소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또한, 보편적 복지 영역을 넓혀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은 덜고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학생 중에서는 도움이 절실한 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학생들이 더 이상 힘들지 않도록 서울교육이 앞장서서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특별히 과거에 도움이 필요함에도 배제됐거나 손길이 닿지 못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경계선 지능 학생, 다문화 학생, 홈스쿨링 학생, 검정고시 학생 그리고 더 넓혀서 학교 밖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선도적으로, 신림동의 ‘친구랑’과 4개의 평생학습관(마포, 노원, 영등포, 고덕)에서 학교밖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밖 학생들을 위한 ‘교육참여수당’이라고 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기본적 소득지원 모델도 만들었습니다.
지난 6월 24일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학교밖청소년(학생)’을 위한 체육대회를 열었습니다. 그동안 교과서 지급, 기초학력 진단검사 등의 학습지원과 학교밖청소년들로 구성된 ‘아띠 오케스트라’를 통한 예술활동을 지원해 왔는데, 신체활동까지 지원을 확대했습니다.
저는 학교밖청소년 지원 사업을 지속함과 동시에, 홈스쿨링 지원 TF를 만들어 공교육의 품 안에서 홈스쿨링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홈스쿨링도 교과서 배부는 물론이고, 기존의 공교육 체제가 갖는 학력 진단, 심리·정서적 지원, 예술, 체육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저출생 상황 속에서도 학교의 다문화 학생 비율은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4년 청소년통계에 따르면 2023년 다문화 학생은 18만 명으로 전년 대비 7.4%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대한민국이 다문화사회 및 다문화 국가로 가고 있음을 고려할 때, 다문화 학생이 우리 사회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지원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미 울산에서 2021년 한국에 정착하기로 한 아프가니스탄 자녀들을 울산 학생의 일부로 받아들여 성공적인 지원 체계를 만든 사례도 있습니다. 저는 영국에서 인도계 리쉬 수낙(Rishi Sunak)이 영국 총리가 되거나 파키스탄계 사디크 칸(Sadiq Khan)이 런던시장이 된 사례가 포용적 전진이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도 이 자스민(Jasmine Lee) 국회의원을 배출한 바가 있습니다. 저는 다문화 학생들이 우리 사회의 인재로, 리더로 성장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학교와 다문화 학생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다+온센터’(2019)가 서울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다문화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할 때 가장 높은 장벽이 의사소통 문제입니다. 다문화 학생들의 한국어 의사소통 문제를 해소하여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24년에는 다문화 학생의 한국어 교육 다중지원망을 촘촘히 구축하겠습니다. 공교육 진입 전 다문화 학생을 위한 한빛마중교실 5개, 학교로 찾아가는 한국어교실 105팀, 대학교 어학당 방학 중 집중 한국어 교육프로그램(1교)을 통해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주겠습니다. 2025학년도에는 ‘한국어 예비학교’를 확대하여, 학교에 입학하는 다문화학생 중 한국어 역량이 부족한 모든 학생이 충분히 한국어 역량을 습득해서 한국 공교육을 받는 데 언어적 장벽이 없도록 하는 방안을 수립하겠습니다.
나아가 다문화 학생의 꿈을 키우기 위한 진로 멘토링 프로그램인 꿈토링 스쿨 분야를 확대하겠습니다. 제가 자부심을 느끼고 교육적 의미를 한껏 느끼는 정책이 꿈토링스쿨입니다. 다문화 학생이 갖는 특별한 재능이 빛을 발하는 영역을 계속 찾아서 개발하는 기회를 주도록 하겠습니다. 일찍이 서울시교육청은 패션 모델과 패션 디자이너 분야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세계적 디자이너인 이상봉 선생님과 그와 연계된 다문화 지원 그룹의 협조를 받아 2021년부터 꿈토링스쿨을 운영했습니다. 6개월 동안의 토요 특별학교입니다. 올해부터는 뮤지컬, 음악(타악기), 미술로 확대했습니다. 이제 한국의 문화산업은 지구촌 모든 곳에서 향유하는 문화상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의 다문화 학생들이 지구적 공감을 갖는 문화 인재로 자라는 꿈도 꾸어봅니다. 다문화 학생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Ⅲ. 서울교육의 지속가능한 혁신을 위하여
교직 사회, 학부모와 시민의 성원으로 10년을 서울시교육감이라는 무거운 소임을 맡아왔습니다. 지난 10년간 서울교육 혁신의 경험과 성과는 교육공동체가 함께해 주셨기에 가능했습니다. 서울교육공동체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일하는 책상 위에는 작은 나침반이 있습니다. 나침반 바늘은 한 방향을 가리키는 듯싶지만, 가까이서 보면 끊임없이 떨고 있습니다. 바늘이 떨지 않는 나침반은 고장이 난 것입니다. 혁신 교육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10년 전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는 빈 교실을 보며 다짐했던 교육 혁신의 큰 방향은 바뀔 수 없습니다.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고, 학교교육의 수직 서열화가 아닌 수평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원칙에선 결코 물러설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나침반 바늘의 떨림도 늘 기억해야 합니다.
과감한 혁신 사례가 얼마 뒤엔 낡은 관성이 돼 오히려 새로운 혁신을 가로막았던 경우를 우리는 역사에서 종종 확인합니다. 문제의식이 고정된 혁신이란, 바늘이 떨지 않는 나침반에 빗댈 수 있습니다. 혁신 교육 역시 끊임없는 떨림을 품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길을 잃지 않습니다.
제가 보완적 혁신을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점검과 성찰, 보완이 없는 혁신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10년간 혁신의 성취로 인해 변화한 교육 현실이 있습니다. 모든 성취는 잠재적인 도전을 품고 있습니다. 새로운 보완으로 그 도전에 응전하는 혁신이어야 지속 가능합니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혁신이어야,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희망을 밝힐 수 있습니다. 혁신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또는 교육감의 성향이나 외부 환경에 따라 크게 바뀌는 혁신의 방향이라면, 교육의 본질과는 어긋난 것입니다. 교육이란 우리 아이들의 먼 장래까지 내다보며 계획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뤄지는 혁신이 내일과 모레에도 지속 가능하게끔 하는 노력은 교육자의 책무입니다.
- 10년에 즈음한 다짐
서울교육의 지속 가능한 혁신을 위해 우리가 함께해야 할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글로벌 보편성을 갖는 단계로까지 나아가기 위해 수업-평가 혁신 노력을 지속하겠습니다.
10년의 경험을 토대로, 그리고 10년이 흐른 지금, 저는 ‘우리 미래교육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디까지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저는 우리 교육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교육의 탈(脫)국경화’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화, 지구촌화, 민족과 국가의 경계를 넘는 지구적 통합이라고 하는 우리 시대의 큰 변화가 교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과거의 지구적 통합이 인적·물적 이동의 초국경화를 특징으로 하고 있었다면, 과거 학자들이 이야기했던 ‘시공간적 압축(time-space compression)’이 이제 국경 자체가 없는 인터넷을 통해 촉진되는 것입니다. 이미 틱톡, 인스타그램, X 등을 통해 소통하는 젊은 세대에게 전 지구적 교류와 공유는 이미 일상이 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한국 현대사는 전쟁의 폐허 위에서, 후진국을 넘어서서, 선진국을 추격(catch-up)하는 과정이었습니다. 60년대 이후 산업화와 80년대 이후 민주화의 긴 여정을 거쳐 이제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문화 선진국’이라고 인정받게 됐습니다. 지난 10여 년의 혁신 교육은 초중등교육을 정상화하는 동시에, 후진국 교육의 관행을 벗어나 선진국 교육의 문화와 제도를 갖추는 추격의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우리 사회가 ‘어떤 선진국을 만들어 갈 것인가’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일부로서 교육도 있습니다. 어떻게 우리가 선진국 교육의 일부로서도 당당히 설 것인가 하는 도전입니다. 이제 우리 교육의 ‘경쟁’ 대상은 다른 후진국이 아니라, 우리가 모방을 통해 추격하고자 했던 선진국입니다.
과거에는 우리 사회 구성원 상당수가 민족국가의 경계 안에서 안주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세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인들은 이렇게 계속 안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찍 체감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지구촌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인 지 오래됐습니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지식의 전수와 공유가 핵심입니다. 여기엔 국경이 없습니다. 국경에 갇히지 않는 일상을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글로벌 선진교육을 받도록 하는 과제를 향해, 보수와 진보가 건강한 경쟁을 해야 합니다.
김세직 서울대 교수가 2021년에 출간한 <모방과 창조>라는 책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에 김 교수를 모셔 초청 강연을 듣기도 했습니다. 책 제목 그대로 선진국을 모방하던 한국 교육이 이제 ‘새로운 길을 내는 창조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습니다. 이 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과거 추격과 모방의 시기엔, 정답이 있었습니다. 선진국의 모범 사례를 이식하는 정답입니다.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혁신학교 및 혁신 교육에서 축적해 온 무형의 자산을 끌어안고, IB(국제바칼로레아)를 도입하고 배우면서, ‘KB(한국형바칼로레아)’를 만들어 가야 한다”라고 말입니다. 알다시피, IB는 잘 짜여진, 지구적으로 통용되는 수업-평가 시스템입니다. 우리의 혁신교육이 지속가능하려면,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동시에 한국교육이 역사적으로 축적한 고유한 장점도 창조적으로 이어가야 합니다.
많은 분이 한국 교육에 대해 절망을 호소합니다. 대개는 과거 경험한 권위주의 학교가 남긴 상처 때문입니다. 하지만 PISA 결과에서 나타난 한국 학생들의 높은 성취도가 보여주듯, 한국 교육은 세계가 주목하는 장점을 품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역량과 열정을 지닌 우리 선생님들의 치열한 헌신 덕분입니다. 이는 우리 교육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근거입니다. 이 같은 희망을 키워 가면서, 글로벌 보편성을 구현하는 목표가 우리 앞에 있습니다. K-edu의 성공 여부는 여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목표는 이미 우리 안에서 실현되고 있습니다. 과거 많은 분들이 핀란드 교육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우리 교육이 본받아야 할 모범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핀란드 학교 견학을 다녀오셨던 선생님들은 지금 우리 학교가 이미 핀란드와 별로 다르지 않다고 하십니다. “지금 이곳이 핀란드, 지금 이곳이 싱가포르”라는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실제로 과거 우리가 견학을 갔던 싱가포르의 선생님들이 지금은 서울 학교로 견학을 오고 있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 한 중학교를 방문했습니다. 실제로 국제학교에서 이 학교로 전학 온 학생의 학부모는 전에 다녔던 국제학교 교육과정이 이 학교에서 상당 부분 실현되고 있다는 사실에 깊이 감탄했습니다.
물론 질적 측면에서 우리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를 보완하는 노력이 서울교육공동체 안에서 이미 치열하게 진행 중입니다. 혁신학교, 서울형 미래학교, 디지털 선도학교, IB관심학교를 비롯한 다양한 학교에서 교실혁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디지털·AI 환경은 이 같은 혁신을 가속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정-수업-평가의 혁신은 지속돼야 합니다. 2014년 서울교육의 ‘질문이 있는 교실’은 미래를 향한 수업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생각의 폭을 넓히고 친구와 의견을 교환하는 가운데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협력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질문이 있는 교실을 통한 수업의 혁신은 곧 학교 교육의 혁신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생각을 쓰는 교실’로 이어져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의 미래 핵심 역량을 키우기 위해 학습자 주도성 및 비판적·창의적 사고력 신장을 중심으로 학교가 교육과정-수업-평가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지난해 서울 학교 31개교에서 IB(국제바칼로레아) 탐색학교를 운영하였습니다.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IB 인증단계인 관심학교 38교(초 22교, 중 16교) 및 후보학교 6교(초 3교, 중 3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IB 학교 운영을 통해 학교가 미래 역량 중심의 교육활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교원의 IB 역량 강화를 위해 학교급별·단계별 맞춤형 연수를 운영하고, IB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IB 교육 전문가 양성 과정’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2025학년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의 안정적 운영 지원을 위한 (가칭)서울 통합온라인학교를 2025년 3월 개교합니다. 서울 통합온라인학교는 개별 학교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들을 학교로부터 신청을 받아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 수업으로 운영하는 각종학교입니다. 서울 통합온라인학교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소질과 적성, 진로에 맞는 다양한 과목들을 보다 다양하게 선택하여 공부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지난 4월 서울 관내 일반고를 대상으로 서울 통합온라인학교의 과목 개설 신청을 받았으며 6월에 2025학년도 개설 과목을 안내하였습니다. 철저한 사전 준비로 서울 통합온라인학교가 고교학점제 운영 지원의 역할을 넘어 한국형 고교 미네르바 학교의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근에 시작한 함께 독서 캠페인인 ‘북웨이브(BookWave)’는 수업혁신이 단지 교실에서만이 아니라, 학부모와 학교밖 도서관, 가정에서도 이루어지도록 하는 노력의 하나입니다. 가족이 함께 하루 10분씩 책을 읽고 즐기는 온 가족 북웨이브 100일 챌린지에는 4천여 명의 가족들이 참여하여 독서의 물결이 서울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문해력이 떨어지고 개별화가 심해진다고 합니다. 이 문제를 푸는 길이 함께 책을 읽는 데 있다고 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 성장하며 배우는 독서공동체 문화를 형성하여, 교실 안의 수업 혁신과 연계하도록 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다양한 노력을 계속하겠습니다.
둘째, 학교 현장의 자발성과 다양성이 지속가능한 서울교육의 동력(動力)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지속가능한 혁신교육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 원동력은 학교 현장의 힘이고 다양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백만 개의 교실’로 표현했듯 우리 학생 개인은 물론이고, 학생이 모인 학교와 학교가 기반한 지역도 다양합니다. 다양한 학생을 성장하게 하는 특색있는 교육은 학교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학교자치’라고 표현합니다. 혁신교육이 태동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현장의 자발적 변화와 혁신이었습니다. 이제 서울교육의 지속가능한 혁신을 위해서도 그 본질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공동체형 학교’를 구축하겠습니다. 지난해 선생님을 떠나보냈던 가슴 아팠던 일이 있은 지 1년 가까이 지났습니다. ‘모두가 존중받고, 함께 협력하는 공동체형 학교를 만들겠다’라고 약속드렸던 신년 기자회견도 6개월이 지났습니다. 그간 교육 주체가 저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함께 협력하는 공동체형 학교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진행형입니다. 서이초 사건은 단지 상처의 봉합으로 끝내서는 안 됩니다. 학교 교육 주체의 권리와 책임이 조화롭게 보장되며, 이를 통해 우리 아이들을 위한 교육으로 힘이 모아져야 합니다.
공동체형 학교문화를 조성하여 혁신의 기반을 튼튼히 하겠습니다. 공동체형 학교 문화는 학생, 교사, 학부모의 협력적 관계를 바탕으로 합니다. 학생의 다양한 생각을 교사가 인정하고, 교사의 특색있는 수업을 존중하며, 학부모가 학교를 신뢰하는 가운데 새로운 교육의 도전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점에서 저는 학생의 교사에 대한 존경심, 교사의 학생에 대한 존중심, 학부모의 학교 교육에 대한 협력심, 즉 3심(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3심의 기반 위에서, 공동체형 학교 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학교를 적극 지원하여 교육혁신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학교가 자발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교육청은 학교 업무 경감, 교육활동 보호 등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여 현장을 지원하겠습니다.
셋째, 서울교육의 지속가능한 혁신이 가능하도록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의로운 차등’을 한층 강화하겠습니다.
서울교육의 지속가능한 혁신을 위해서는 교육 주체 모두가 혁신에 동참해야 합니다. 교육주체가 저마다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교실에서, 학교에서, 마을교육공동체에서 혁신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구성원이 많이 있다면 서울교육이 추구해 온 교육에 대한 혁신이 지속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교육 불평등이 완화돼 함께 힘을 모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교육에서 가장 소외된 교육취약계층에게 더 많은 맞춤형 지원을 하는 ‘정의로운 차등’ 정책을 지난 10년의 성과를 기반으로 한층 더 강화하겠습니다. 올해는 그 핵심 정책으로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를 추진합니다. 복합적 어려움을 가진 우리 학생들이 필요에 맞는 맞춤형 통합적 지원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의 다문화, 탈북, 장애 등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행복하고 필요한 모든 교육지원을 받는 것이 정의입니다. ‘학생 한 명도 소외되지 않는 서울교육’을 구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초·중등교육의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대입제도, 대학서열화 체제 개혁을 위해 앞장서겠습니다.
초·중등교육 현장에서의 노력이 글로벌 선진교육의 모델로까지 발전하려면, 초·중등교육을 왜곡하는 상위질서와 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상위질서와 제도가 초·중등교육의 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10년을 재직한 교육감으로서, 앞으로 이런 방향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여기서 먼저 저는 ‘2033 대입제도’를 미래지향적으로 상상하고 실현해 가기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저는 ‘2028 대입개편안’을 심의·의결하는 국가교육위원회의 위원이었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인공지능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 평가 체제가 바뀌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현재의 4지·5지 선다형 평가 방식을 논서술형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그렇게 주창합니다. 그럼에도 ‘2028 대입개편안’이 교육부와 국교위에서 논의될 때는 ‘시기상조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에 대입제도에 대한 명확한 미래지향적 방향을 정하고 미리 준비해 나가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제 2022 개정교육과정 이후의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이에 걸맞은 (가칭)2033 대입제도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이후에도 논서술형 평가 시기상조론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2033 대입제도’를 위한 공론화와 준비를 제안합니다.
수업이 바뀌려면 평가 방식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수능이 논서술형 평가로 전환돼야만 우리의 교실 혁명이 완성되고 글로벌 보편성을 갖는 한국 교육이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수능을 논서술형 평가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정하고, 그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도 과정평가 40% 이상, 논서술형 평가 20% 이상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디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논서술형 평가 시기상조론의 핵심 이유는 평가 자체의 어려움입니다. 예컨대 40~50만 명의 논서술형 답안지를 채점해야 하는데, 공정성 논란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IB평가가 쉽게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공신력을 지니는 까닭은 다중적인 채점에 있습니다. 이 점을 참조해야 합니다. 저는 1단계는 인공지능에 기반한 기계적 채점을 하고, 2단계는 고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수행하고, 3단계는 수험생을 수용하는 대학교수들이 하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3단계의 채점 방식을 통해, 채점 자체의 실무적 부담도 완화하고, 평가의 공정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AI 기반 논서술형 채점은 이미 이를 가능케 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돼 일부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2033년 대입까지 10년 가까운 준비 기간이 있다는 점을 전제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IB형(국제바칼로레아형) 평가가 한국 수능에서 실현되는 것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것이 KB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수능의 이런 변화를 전제로, 고교 내신도 논서술형 평가를 적극 권장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미 ‘디벗’이 과정중심 평가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으며, 논서술형 평가를 확대하려는 노력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래의 평가변화를 전제하고 이러한 노력을 더욱 가속화해 가야겠습니다.
다음으로 교실 혁명이 완성돼 글로벌 선진교육으로서도 우뚝 서기 위해서는, 초중등교육을 왜곡하는 현재의 치열한 입시경쟁이 완화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존 ‘대학 서열화 체제’의 개혁이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수직 서열화한 대학 체제를 ‘수평적 다양성’의 대학 체제로 개혁하려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초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우리 사회와 정치권이 함께 힘을 쏟아야 합니다.
실제로 다양한 개혁 방안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2024년 4월 총선 당시 여러 정당의 공약에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포함되었습니다. 거점 국립대학을 서울대 수준으로 상향 발전시키는 공약입니다.
저는 지난 2017년 3월 15일에도 ‘통합국립대학-공영형 사립대학에 기초한 대학 공유네트워크 구축(안):초·중등교육 정상화-입시교육 해소를 위한 대학체제 개혁을 제안한다’라는 개혁안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통합국립대학 및 공동학위제에 기반한 사립대학 개혁안이 여기에 포함돼 있습니다. 그리고 2021년 12월 15일에는 김누리, 김종영, 김동춘 교수 등과 함께, ‘대한민국 교육 정상화와 사회 개혁을 위한 대학 체제 개편’을 통해서, 2024년 총선에 공약화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포함한 대학 서열화 개선 방안을 발표하였습니다.
물론 초중등교육을 왜곡하는 대학서열화체제의 개혁을 위해서는 단지 국립대학체제의 개혁만으로는 안 되며, 사립대학체제의 개혁도 필수적입니다. 이미 구체화된 국립대학 개혁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대하고, 전체 대학의 80퍼센트에 이르는 사립대학 체제의 개혁안을 구체화하여 보다 밀도 높은 사회적 논의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끝으로 서울교육 10년의 기록을 담은 백서를 발간했습니다. 백서에는 배움이 즐겁고 가르침이 행복한 학교를 꿈꾸는 서울교육공동체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과 실천 노력이 담겼습니다. 오늘 다 담지 못한 성과도 자세히 담겼습니다. 더 나아가 10년 전 업무 담당자와 현 업무 담당자가 고민을 나누었던 내용도 있습니다. 정책이 처음 도입된 시대 상황과 문제의식, 그리고 이후 성과와 시행 과정의 어려움을 공유했습니다. 미래의 정책 담당자에겐 좋은 참고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이 백서는 서울교육을 거쳐 간 이들의 기록이자 추억이기도 합니다. 재학생, 졸업생, 선생님, 학부모가 각자의 서울교육에 대한 추억의 앨범을 꺼내 본다는 생각으로 백서를 펼쳐보시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