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논쟁을 마무리하고, 민주시민교육의 새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룰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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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의 정치 기본권을 보장하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습니다. 한국교총, 전교조, 교사노조연맹 등 여러 교원단체는 지난 26일 교원에게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고, 자유로운 정당 가입을 보장하는 정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저는 교원의 정치 기본권을 둘러싼 오랜 논쟁을 마무리하고, 민주시민 교육의 질적 도약을 위한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룰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교사의 정치활동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SNS상의 ‘좋아요' 클릭조차 징계 대상이 되곤 했습니다.
대한민국 교원은 표현의 자유와 참정권 등 시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으로부터 배제돼 왔으며, 사회 현상과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제약받았습니다. 다수 선진국에서 교사의 정당 활동이 자연스러운 시민권의 행사로 받아들여지는 것과는 분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실제로 ILO, UN 등 국제기구와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한국 교원의 정치 기본권 제약이 지나치다며, 여러 차례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현행법은 만 16세 이상 학생의 정당 가입과 만 18세 이상 학생의 선거 출마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교원의 정치적 권리에 대한 무리한 규제는 현행 법체계, 그리고 세계적 추세 및 시대 변화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교원의 정치 기본권 역시 학생의 정치적 권리에 조응하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정치적 표현 및 정당 가입 등의 자유가 교원에게도 보장돼야 합니다. 민주시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정치 기본권이 교원이라 하여 예외가 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우리 학생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치 사회 현안을 접하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학생과 대화하고 토론하는 교원 역시 보다 폭넓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합니다. 그래야만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는 민주시민교육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물론, 정치적 진영 대립이 극단에 치닫는 우리 현실에서 교원의 정치 기본권 보장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는 사실을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교육감은 이 같은 우려를 앞장서서 불식시킬 책무가 있습니다.
헌법이 규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지금보다 더 엄격히 지켜져야 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은 민주시민교육의 주요 원칙으로 ‘보이텔스바흐 합의’ 사례를 오랫동안 강조해 왔습니다. ‘보이텔스바흐 합의’ 첫 번째 원칙은 교원이 일방적인 견해를 주입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교육활동 속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우리 교육은 정치적 중립성이 확고히 보장되는 가운데, 다양한 입장과 논쟁을 학생에게 소개하고, 학생의 정치·사회적 소통 역량을 기르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해 기초적인 발언조차 가로막는 규제가 있는 한, 이 같은 숙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여러 교원단체가 요구하는 교원의 정치 기본권은 퇴근 이후 학교 밖에 적용되는 것으로서, 헌법이 규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함께 보장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교원의 정치 기본권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원이 퇴근 이후 학교 밖에선 시민으로 마땅히 누려야 할 정치 기본권을 보장받고, 이를 통해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잘 반영한 교육정책 수립을 촉진하며, 학교 안에선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가운데 다양한 사회적 논쟁을 소개하는 수업을 진행하는 사회로 이행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국회 및 시민사회의 숙의와 현명한 결정을 기대합니다.
2025.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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