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십니까? 서울시교육감 조희연입니다.
○ 잠시, 2년 전 이맘때를 돌아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기 시작한 당시, 우리가 겪었던 일들은 모두 사상 초유의 사태였습니다. 3월이 됐으나, 학기가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4월이 돼서야 개학을 했지만, 교실 문은 열 수 없었습니다. 수업은 온라인으로 이뤄졌습니다. 모든 일이 낯설었지만, 서울교육공동체는 놀라운 열정과 책임감으로 교육을 이어갔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원격수업은 빠르게 안정됐습니다. 교직원과 학생들은 디지털 기기 활용에 금세 적응했습니다. 시민,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서로 협력하고 배려하며 최선을 다한 덕분입니다.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대면 수업이 제한돼 있던 지난 2년여 동안, 저는 ‘먼저 다가온 미래’라는 말씀을 자주 드렸습니다.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겨난다’라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모두에게 어색했던 원격수업은 여러 한계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미래 교육을 앞당겨 체험하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스마트기기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교육을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이 같은 경험은 감염병 위기가 끝난 뒤에도 더 나은 교육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학생들이 배우는 속도는 모두 제각각입니다. 빠른 학생도 있고, 더딘 학생도 있습니다. 적성과 취향, 가정환경 역시 저마다 다릅니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중하는 맞춤형 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기존의 수업에선, 학생의 배우는 속도를 고려한 맞춤형 교육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빠르게 진화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변화의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학생의 특징이 담긴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하여, 학생의 차이를 고려한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감염병 위기 동안 스마트기기를 성공적으로 활용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학생 맞춤형 교육의 길을 열어가려 합니다. 중학교 1학년부터 1인 1스마트기기를 지원하는 스마트기기 휴대 학습 「디벗」은 그 첫걸음입니다.
[ 서울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향해 ]
○ 디벗은 ‘Digital+벗’의 줄임말로 ‘스마트기기는 나의 디지털 학습 친구’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디벗」은 우리 서울 학생들의 배움에 밀착한 학습 도구가 될 것입니다.
○ 스마트기기를 활용하면 서책 교과서와 교실의 물리적 환경이 가진 제약을 넘어서 다양한 지식 정보와 상호작용하는 수업과 평가의 설계가 가능할 것입니다. 교육과 기술의 결합으로 학생들은 등교수업에서나 혹은 원격수업에서 환경의 제약을 받지 않고 공유와 소통, 참여와 협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학습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 「디벗」에서 이루어지는 학생들의 학습 자료, 성장의 결과, 궤적은 '빅데이터'가 되어 '인공지능 기반 맞춤형 학습지원'으로 선순환하게 될 것입니다.
○ 「디벗」으로 서울시교육청이 사용 중인 ‘통번역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국제공동수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국제공동수업’에서 우리 학생들과 상대국 학생들은 자신의 모국어로 말하며 외국의 친구들과 기후 위기, 팬데믹 등 지구촌 공통의 이슈에 관해 이야기함으로써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상생과 공존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 2021년부터 착실히 준비해 온 「디벗」이 이제 학교에 보급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크롬, 윈도우즈, iOS, 웨일OS 등 5종류의 운영체제가 설치된 「디벗」을 학교 희망에 따라 학교 단위로 같은 기종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 스마트기기 휴대 학습 「디벗」이 단순히 기기를 보급하는 것을 넘어 수업과 학교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다양한 지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스마트기기와 온라인 학습플랫폼을 연결하여 실질적인 교수·학습 개선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자료를 개발·보급하였습니다.
○ 또한, 전체 교장·교감 선생님을 위한 디지털 리더십 연수, 학교별 핵심 교원 연수, 에듀테크 선도 교사 연수 등을 지원했습니다.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을 기르는 학부모 연수에는 짧은 기간에도 7,000여명의 학부모님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디지털 리터러시 연수를 통해 온라인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스마트기기가 학교의 교육활동에 도입됨으로 발생하는 업무를 최소화하여 교원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기 구매 및 보급을 위한 행정 지원도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있습니다.
○ 교육연구정보원 주관으로 기기 유지보수, 기본 소프트웨어 사전 설치 지원 등을 포함하는 외부 관리시스템 구축·운영, 수업용 앱 및 콘텐츠 동시 배포, 운영체제(OS) 일괄 업데이트 등을 지원하여 반복 업무를 최소화하겠습니다. 디지털 튜터 지원 등을 통해 학생과 교사가 본연의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입니다.
○ 그뿐 아니라 유해 정보 노출 및 스마트기기 과의존 등으로부터 안전한 활용을 위해 학교와 가정에서 유해 사이트 및 애플리케이션을 차단하고, 사용 시간을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업 관리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여 수업 중 학생 기기를 모니터링하게 됩니다.
○ 감염병 확산, 기후변화, 전쟁 등 거대한 충격 속에서 자라는 우리 학생들이 어떤 미래를 살아가게 될지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다만 기존의 학문 간 경계를 고집하는 방식으로는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과학자와 인문학자가 더 속 깊은 대화를 나눠야 하고, 선생님과 컴퓨터 전문가가 더 긴밀하게 협력해야 합니다. 「디벗」으로 시작하는 서울교육의 디지털 전환은 이 같은 대화와 협력 속에서만 가능합니다.
[모든 학생이 수학·과학을 즐기는 교실을 향해]
○ 학문 간 경계가 무너지고, 과학자와 인문학자가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사회에선, 수학 및 과학이 시민의 교양입니다. 지난 시기, 수학 및 과학에 흥미를 못 느끼면서도, 그저 시험을 위해 문제 풀이 연습을 하는 학생이 흔했습니다. 수학 및 과학 시험 점수가 높은 학생조차 이들 과목을 혐오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수학 및 과학을 즐긴 경험 없이, 이들 학문을 입시나 취업의 도구로만 여겼던 탓입니다.
○ 집합론을 창시한 수학자 칸토어는 “수학의 본질은 그 자유에 있다”라고 했습니다. 수학은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제약만 있을 뿐, 다른 권위로부터는 자유롭다는 뜻입니다. 수학의 세계에선 아무리 지위가 높은 사람의 설명도 논리적인 오류가 드러나면 곧장 철회됩니다. 다수가 지지하는 편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권위나 편견에 휘둘리지 않고, 근거와 논리에 따라 판단하고 소통하는 태도는 민주 시민으로 자라기 위한 중요한 소양입니다. 따라서 수학, 과학교육은 단지 입시의 변별도구만이 아닌, 민주 시민 교육의 한 요소입니다. 과학과 논리를 무시하는 반지성주의는 민주 시민 교육과 양립하기 어렵습니다.
○ 인간과 사회, 자연을 이해하는 역량이 시민의 교양입니다. 백 년 전 선조들과 달리, 지금 우리 학생들은 수학과 과학이 아주 중요해진 사회에서 살아갑니다. 따라서 우리 학생들에겐 수학과 과학, 그리고 이들 분야를 둘러싼 인문·사회과학적 쟁점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교양입니다. 수학과 과학은 시민의 교양이므로, 모든 학생이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수학 및 과학 성적이 높건 낮건, 재능이 많건 적건, 모든 학생은 나름의 속도에 맞춰 수학 및 과학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배우는 속도가 늦다고 해서, 수학 및 과학을 즐길 권리까지 놓쳐서는 안 됩니다.
○ 수학이 단지 입시의 수단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과학 기술 역시 단지 경제성장을 위한 도구만은 아닙니다. 과학 기술이 지닌 고유한 의미와 가치를 존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과학 기술에 대해 비판적인 성찰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공지능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시도하는 한편, 인공지능을 포함한 과학 기술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수업을 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선 서울교육공동체가 더 풍부한 인문 소양을 갖춰야 합니다.
○ 수학적 사유는 근대 사회의 기초입니다. 수학을 통해 우리 학생들은 추상적 사고를 경험합니다. 부당한 권위와 편견으로부터 자유롭게,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웁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수학 수업을 위해 2021년 초·중·고 132교, 2022년 전체 중학교에서 수학점핑학교를 운영하여 다양한 공학도구와 교구를 활용한 체험·탐구활동 중심 학생참여 수업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지난 3월 전국 최초로 수업과 연계할 수 있는 서울 수학학습 메타버스를 구축했습니다.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한 놀이를 통해 수학을 배우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 ‘수포자’라는 표현을 흔히 듣습니다. 말은 힘이 세다고 합니다. ‘수포자’라는 말이 자주 쓰일수록, 수학에 대한 반감이 깊어집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수포’가 아닌 ‘수호(數好)’라는 표현을 쓰려고 합니다. 「수호(數好) 프로젝트」를 운영하려 합니다. 학교에 미래융합형 수학교실을 만들고, 서울 수학학습 메타버스를 운영하려 합니다.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들이 많이 생겨나는 시기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전환기입니다. 초-중-고 전환기 학교급 연계 수학 학습지원모델을 개발하여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흥미와 열정을 북돋우려 합니다.
○ 더욱 재미있는 수학교육을 위해 현재 2곳인 수학체험센터를 첨단 기술을 활용한 방식으로 재구조화하려 합니다. 향후 노원수학문화관 등과 연계한 수학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며, 지자체와 협력하여 서울 서남권에도 수학체험관 건립을 검토할 것입니다.
민간 부문의 수학 대안 교과서를 시범 사용하여 학생 중심의 수업 혁신으로 수학에 대한 흥미를 높여나갈 것입니다.
○ 데이터는 과학의 언어입니다. 빅데이터 시대에는 과학실 운영도 달라져야 합니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탐구 실험과 융합 수업이 가능한 창의융합형 과학실 구축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여 2016년 이후 초·중·고 전체 1,312교 중 760교(2022 현재 57.9%)의 과학실 환경을 개선하였습니다.
○ 과학의 즐거움은 과학고 학생 등 일부의 전유물일 수 없습니다. 서울형 과학중점학교 22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반고에서도 희망하는 학생에게 기존 수업보다 심화한 수학·과학·정보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첨단 실험 장비를 구비한 개방형실험실(오픈 랩)을 과학전시관과 12개 서울형 과학중점학교에서 운영하여 인근 학교 구성원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 더 많은 학생과 시민이 과학을 즐길 수 있도록 ‘미래융합과학교육관(가칭)’을 건립하겠습니다. 미래융합과학교육관은 현 과학전시관 부지나 학교 통폐합으로 생기는 부지를 복합공간과 결합할 것입니다. 전시물을 관람하거나 강연을 듣는 공간뿐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에듀테크 배움터를 만들겠습니다.
○ 서울시교육청은 난독 및 난산 학생을 위한 지원에 힘을 쏟아 왔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배우는 속도가 조금 더딘 학생도 수학과 과학을 즐길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올해부터는 모든 유치원과 학교에서 무상급식이 이뤄집니다. 학생들이 집안 형편이 좋건 나쁘건 차별 없이 식사를 할 수 있기까지 10여 년이 걸렸습니다. 이제는 배우는 속도가 느리건 빠르건 차별 없이 수학과 과학을 즐기는 수업을 위해 힘을 쏟겠습니다.
○ 디벗으로 시작하는 서울교육의 디지털 전환은 수학 및 과학뿐 아니라 모든 과목에서 학생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한 명을 위한 교실이 아닌,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중받는 교실로 향하는 길을 열어가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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