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 폐지 조례안」재의요구 서울시교육감 입장
존경하는 천만 시민 여러분, 교육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서울시의회가 의결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 폐지조례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합니다. 이번 폐지 의결은 학생과 교육공동체의 인권을 지우고, 교육공동체를 편 가르는 나쁜 결정입니다. 인권은 폐지하거나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공동의 가치입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입니다. 학교 현장의 과도한 사법화를 막는 교육적 기준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시의회는 동일한 내용을 반복해 폐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학생의 기본권 보호 체계를 전면 해체하는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이며, 공교육의 책임과 공익을 훼손하는 결정입니다.
저는 다음 구체적 이유와 같이 폐지조례안이 명백한 법령 위반이자 공익 침해라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헌법상 기본권 보장 의무에 반합니다. 폐지조례안은 학생 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준과 절차를 통째로 지우는 것입니다. 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부여된 기본권 보장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반헌법적 조치입니다.
둘째, 폐지조례안은 상위법 위반입니다. 폐지조례안은 학생인권교육센터와 학생인권옹호관을 모두 폐지합니다. 이는 지방의회의 조례 권한 범위를 넘어 교육감의 조직편성권과 행정기구 설치권을 침해하는 상위법 위반입니다. 대법원은 이미 지방의회가 조례로 행정기구를 임의 폐지할 수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판시했습니다.
셋째, 학생인권 침해 구제·증진 기능을 없애는 것은 명백한 공익 침해입니다. 법령과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요구하는 학생 인권 보장 의무를 사실상 이행하기 어렵게 됩니다. 학생들이 권리 구제의 통로를 잃는 것이며, 이는 국제 기준에도 반하는 결정입니다.
넷째, 폐지조례안이 제시한 사유는 사실관계와 법적 판단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헌법재판소와 법원은 이미 학생인권조례의 정당성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또한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침해나 학력 저하, 특정 이념 확산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객관적 근거가 없는 일방의 주장에 불과합니다. 특히, 우리 교육청은 지난 2023년, 학생인권조례의 발전적 보완을 위한 개정안을 제안했던 바 있습니다. 그러나 시의회는 개정안에 대한 아무런 심사조차 없었습니다. 오로지 폐지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편향된 주장을 근거로 인권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교육에 맞지 않는 정치적 폭력일 뿐입니다.
더 큰 문제는 반복적 폐지 시도가 학교 현장에 지속적 혼란과 상처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동일 조례 폐지를 두고 대법원 본안 소송이 이미 진행 중이며, 효력 정지 결정도 내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시의회는 주민청구를 명분으로 같은 조례를 다시 폐지했습니다. 이는 대법원의 판단까지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실익 없는 법적 분쟁을 반복하며 끊임없는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부담은 전적으로 시민과 교육공동체가 떠안게 됩니다. 이는 책임 있는 정치의 모습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교육 가족 여러분.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올해로 시행 14년을 맞이합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교 현장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실천하게 해 온 제도적 기반이었습니다. 학생은 시민으로 성장했고, 더욱 협력적이고 상호 존중적 학교 문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학생인권과 교권은 양립 가능한 가치입니다. 둘 중 하나를 희생시키는 선택이 아니라, 공교육을 지탱하는 두 축입니다. 복잡한 교육 문제를 학생인권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교육의 본질을 외면하는 접근입니다. 우리 교육에 필요한 정치는 편 가르기가 아니라 공존과 협력을 위한 충분한 지원입니다.
저와 우리 교육청은 인권 보장의 책임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이미 대법원에 시의회 의결의 문제점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정부와 국회에도 거듭 요청합니다. 인권 친화적 학교 문화를 흔드는 시도의 반복을 막기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합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김영호 위원장과 최교진 교육부 장관께도 학생인권 보장과 교육공동체 보호의 필요성을 담은 서한을 전달하겠습니다.
학생인권의 폐지는 교육공동체 모두의 인권의 후퇴입니다. 인권의 역사와 서울교육을 퇴행시키는 시도에 단호히 대응해 우리 교육의 본질을 지켜내겠습니다.
2026. 1. 5.
서울특별시교육감 정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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