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09-04(목)] 자율형사립고 제도 개선과 관련하여 서울시교육감 조희연이 서울시민께 드리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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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형사립고 제도 개선과 관련하여 서울시교육감 조희연이 서울시민께 드리는 말
여러분들도 다 모교가 있으실 겁니다. 초, 중, 고, 대학교가 모두 모교입니다만, 그 중에서 고등학교가 가장 끈끈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가장 순수하고, 청춘의 피가 뜨겁게 끓던 시절에 몸담았던 곳이기 때문이겠지요.
누구나 모교를 사랑합니다. 자사고가 모교인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그러나 모교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 학교가 반드시 ‘자사고’의 형태로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안으시길 빕니다.
오늘 발표한 지정 취소 대상 학교 가운데 저의 모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 또한 인간적으로 이런 결정에 서명을 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외람된 비유로 들리시겠지만, “아버지여, 할 수만 있다면, 이 잔을 내게서 거두어 주소서”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의 모교는 상대적으로 모범적인 사학으로 평가받아왔고, 도심이 공동화되는 것을 막는 힘겨운 역할도 해왔습니다. 그러나 평가지표를 통해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을 어찌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저는 오늘 제 모교에 대해서도 메스를 대는 아픈 마음을 안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1. ‘자사고’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와 법개정으로 고교체제의 정상화를 실현해야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와 관련한 여론이 뜨겁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자사고가 우리 교육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와 문제제기를 하십니다. 동시에 이번에 진행된 자사고 평가를 통해 지정 취소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찬반 양론이 있습니다.
자사고는 <초증등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는 고교 유형입니다. 따라서 자사고 ‘제도 폐지’는 교육감의 권한이 아니라, 국회의 법 개정에 따라 가능한 일입니다. 교육제도 발전이라는 본질적인 취지에 맞게 내용을 바꾸거나, 만약 제도 자체가 필요 없다면 내용을 삭제하는 것으로 개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오는 정기국회에서 자사고 존폐 문제를 중요한 의제로 삼아주기를 요청합니다.
자사고와 관련하여 교육감이 할 수 있는 일은, 법이 정한대로 철저한 관리 감독과 평가 그리고 그에 따른 지정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자사고는 “학교교육제도를 포함한 교육제도의 개선과 발전을 위하여”(초중등교육법 제61조) 교육과정과 학교운영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특별히 허가받은 학교입니다. 그것도 ‘한시적’ 학교유형으로 허가받은 것입니다. 그것이 한시적이었던 것은 이명박 정부와 이주호 장관 하에서 많은 비판과 반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5년을 한시적으로 운영해보자는 식으로 입법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그 취지와 목적에 따라 각자 자사고로서의 운영 계획을 교육청에 제출해야 하고, 그 계획에 따라 운영해야 합니다. 이러한 취지와 목적, 계획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교육감은 법이 정한 대로 지정 취소를 할 수 있습니다.
교육감에게 그런 권한과 책임이 주어진 것은, 자사고가 법이 정한 애초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잘 운영되는지, 또 자사고가 다른 고교와 얼마나 균형있는 상생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피라는 것입니다. 국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자사고 제도를 정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당장 그것이 어렵다면 교육감은 자사고를 최대한 엄격하고 철저하게 관리함으로써 자사고가 우리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 존재로 만들어야 합니다.
2. 미래지향적인 <제2의 고교평준화>가 필요합니다
1974년 박정희 대통령이 고교평준화를 시행한 이후, 40년이 흘렀습니다. 평준화는 획일화와 더딘 발전, 두 가지 문제를 낳았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고교간 서열화가 그 대안일 수는 없습니다.
자사고의 학업성취도가 높은 것은 무엇보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허용된 자율성을 넘어서서 과도한 입시 중심의 교육을 했기 때문입니다. 고교평준화는 이러한 부정적인 요소를 걷어내고, 모든 고교가 똑같은 출발선상에 시작하도록 모든 학교에 동등한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상향 평준화’입니다.
과거와 같은 경직된 고교평준화를 넘어서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고교평준화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고교평준화와 자율성, 다양성, 창의성은 반대 개념이 아닙니다. 고교평준화와 성장, 발전, 학력, 수월성도 모순되지 않습니다. 선발 경쟁을 교육 경쟁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경쟁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단순한 성적과 등수 경쟁이 아니라 다양성과 개성의 경쟁입니다.
3. 수직적 다양화에서 수평적 다양화로
저는 원래 이명박 정부 하에서 ‘고교 다양화’의 일환으로 추진된 자사고 정책이 ‘수직적 다양화’로 귀결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수평적 다양화’로 나아가야 합니다. 자사고가 선발효과에 기대어 입시명문으로 발돋움하려 하지 말고, 일반고와 진정한 의미에서의 다양성 경쟁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전형방법 개선 등의 조치를 취하고자 합니다. 일반고에는 자사고에 상응하는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권을 부여하고 자사고와 진정한 경쟁이 가능하게 지원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되면 자사고와 일반고가 행복한 ‘수평적 다양성’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서울교육은 일반계열고와 직업계열고의 균형 발전, 그리고 학교간의 균형발전을 통해서 “수평적 다양성”을 실현하겠습니다. 평등과 자율이 완전하게 조화를 이룬 새로운 고교체제를 만들겠습니다. 이전의 고교평준화보다 한 차원 높은 이상적인 고교체제, 다양성 속에서 꽃피우는 평준화 고교체제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러한 질 높은 수평적 다양성 속에서 특목고나 자사고도 하나의 다양성으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자사고도 이러한 수평적 다양성에 기여할 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자사고의 본질적인 취지가 좋은 것이라면 그것은 자사고만이 아닌 모든 학교가 고르게 나눠 갖고 저마다의 특색있는 학교 역량을 발전시키도록 해야 합니다. 자사고는 다양한 일반고 중의 하나이어야 합니다.
저의 관점이 다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교육의 다양한 주체들이 ‘내 자식 잘 키우기’의 관점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우리 자식 함께 잘 키우기’의 관점에서 접근하길 희망합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 모두가 행복한 방향이 무엇인지 ‘국민적 토론’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4. 궁극적으로는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대학서열과 학벌사회를 극복해야 합니다
초중등교육이 입시경쟁교육으로 변질된 것은 우리 사회의 과도한 학력주의와 학벌주의 때문입니다. 서열화된 대학의 정점으로 가기 위한 소모적인 경쟁이 공교육을 파행으로 몰고 있습니다. 물론 왜 좋은 학벌, 좋은 대학에 가려고 그렇게 ‘미친 경쟁’을 하는가라고 하면 그 배후에는 우리 사회의 학벌, 학력, 직업들 간의 현저한 불평등이 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과도한 격차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학벌, 학력, 직업 간의 현저한 불평등과 대학서열 체제가 우리의 경제력에 맞는 방향으로, 그리고 선진국에 조응하는 그래도 인간적인 방향으로 개혁되어야 합니다.
크게 보면 모든 학생, 학부모, 학교가 사회적 불평등과 대학 서열 체제, 그리고 고교 서열화의 희생자들입니다. 이 문제는 어느 개인 하나가 책임지고 해결하기도 어렵습니다. 전 사회적인 공동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의 해결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두 가지를 하고자 합니다. 하나는 당장의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한 학생들이 공정하고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교육복지와 학습적인 측면에서의 교육복지 모두를 완전하게 실현하겠습니다. 어려운 학생과 학교에 더욱 많은 지원을 하겠습니다.
또 하나는 적어도 학교 간의 불평등은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말하자면 고교체제의 선진국형 완성입니다. ‘가장 인간적인 얼굴을 한 고교체제’를 만들겠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고교체제를 만들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서울시교육청이 추구하는 혁신미래교육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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