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07-20(월)] 자사고 평가결과 발표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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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평가를 마치면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7월 저의 취임 이후로 고교 체제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해왔습니다. 서울의 고교체제는 1974년 평준화 이후 이른바 수월성 교육과 평준화 보완이라는 이름 아래에 특목고, 자사고 등이 등장하면서 오늘에 이르러서는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로 수직적으로 서열화된 체제가 되었습니다. 고교 교육의 가장 중요한 축이어야 할 일반고는 피폐해지고 Number One을 향한 무한 경쟁 속에서 우정과 삶의 의미를 키워야 할 교실은 경쟁과 무기력으로 가득찬 상황이 되었습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입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마침 평가 시기가 도래한 자사고, 특목고에 대한 엄정한 평가 등을 통해 이러한 왜곡된 고교체제를 바로잡아 보고자 노력하였으나, 교육청이 가진 법제도적 권한의 한계 등에 막혀 충분한 성과를 거두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현행법에 규정된 고교 유형을 교육감이 법규에 따른 평가를 통해서 개선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다양한 논의와 의견 수렴을 통해 국가 수준에서 법개정 등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씀드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작년부터 펼쳐온 일반고 전성시대, 고졸 성공시대 정책도 지금의 고교 체제 하에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 교육계와 시민 여러분이 함께 머리를 짜서 고교 체제에 대한 대안을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작년부터 시작된 자사고, 외고, 국제중 평가를 거의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2015년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이러한 고민의 결과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우선 교육부에 제안합니다.
첫째, 고교체제 전반의 정상화를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촉구합니다.
둘째, 위와 같은 노력을 함께 하기 위해 교육부와 우리교육청의 공동협의 기구를 구성· 운영할 것을 제안합니다.
셋째, 자사고가 선발효과에 의존하지 않고 헌법적 가치인 평등교육의 기초 위에서 당초 지정 목적인 건학이념 구현과 교육 다양성 실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학생 선발 방법을 ‘선 지원 후 추첨’ 등 학생 선발방법의 개선을 추진해 줄 것을 또한 요구합니다.
넷째, 일반고와의 상생이라는 측면에서 자사고로의 상시 전입학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시행령 등 법규를 개정할 것을 요구합니다.
다섯째, 일반고로 전환되는 자사고에 대하여는 학생 충원이 미달되는 경우에 한정하지 않고 교육부에서 특단적인 행․재정적인 지원을 제공해 줄 것을 요구합니다.
여섯째, 일반고가 황폐해지는 고교 체제의 문제점을 인식하여 2009년에 교육부에서 발표했던 고교 체제 개선 방향의 하나인 ‘외고-자사고-일반고 동시 전형’ 방법을 포함하여 다양한 개선책에 대한 논의를 제안합니다. 필요하다면 우리 교육청도 적극 협력하겠습니다.
일곱째, 교육부에서도 교육자치의 큰 방향에서 교육감의 자사고, 특목고 등에 대한 평가 권한을 확대 추진하다가 2014년 하반기 이후 오히려 축소로 후퇴하였습니다. 교육자치의 큰 틀에서 당초 방향대로 교육감에게 평가의 모든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등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제안들이 전제되지 않을 때, 교육청의 자사고 평가는 실질적인 의미를 갖기 어려울 것입니다. 평가가 필요하다면 특목고 및 자사고 지정 및 취소의 실질적 권한을 쥐고 있는 교육부에서 직접 시행하여야 할 것입니다. 현재와 같은 조건에서는 특목고, 자사고 평가와 지정 취소 여부를 둘러싼 불필요한 행정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실질적 해결의 권한을 갖고 있는 교육부가 진지하게 고민하여 주기를 바랍니다.
다음으로 자사고들에 제안합니다.
먼저, 학교의 입장에만 매몰되지 말고 고교 체제 전체를 정상화하는데 함께 노력할 것을 당부합니다. 선발효과에 의존하기 보다는 수평적 다양성 속에서 교육효과를 극대화하는 학교로 발전해 가기를 부탁합니다.
둘째, 일반고와 함께 상생하고 발전하여 우리의 자녀들을 올바르게 키우는 학교가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일각에서 늘 제기해온 특권학교라는 비판을 해소하기 위해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세째,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일반고 황폐화를 막는 개선책을 찾는 것에 맞추어, 자사고들에서도 전입 시기 제한, 신입생 전형에서의 면접권 축소 등 상생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을 자발적으로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넷째, 자사고 학부모님들께도 호소합니다. 현재 서울의 자사고가 겪는 어려움은 자사고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는 현실에서도 기인합니다. 일반고 전환에 대한 학부모님들의 우려와 걱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마는, 일반고 전환이 학교를 실질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학교 발전의 효율적 방안의 하나로 일반고 전환이 검토될 수 있도록 개방적 자세를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시민 여러분께 제안합니다.
시민 여러분, 서울시교육청은 고교 체제가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인식에 따라 그동안의 자사고 및 특목고 평가과정에서 교육자적 양심에 따라 많은 고민을 했으며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비록 법이 정한대로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평가를 하고 지정취소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학생, 학부모님들에게 어려움을 안겨 드린 것은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수직적 서열화로 왜곡된 고교 체제를 우리 학생 각자 모두를 소중한 Only One으로 바르게 키우기 위해서 함께 발전해가는 수평적 다양성 시스템으로 바꾸어 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교육청에서는 먼저 올해 안에 정책연구를 통해 개선 방안을 제안할 것입니다. 정치권이나, 언론, 그리고 교육관계자들께서 우선적으로 적극적인 관심과 실현 가능한 대안을 고민해주시고, 시민 여러분께서도 우리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새로운 교육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며 참여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여전히 꿈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평범한 시민들의 자녀들 그리고 서민들의 자녀가 다니는 일반고가 고등학교 공교육의 중심에 확고히 서 있는 것입니다. 어느 누구든 부모의 경제적 불평등의 영향을 받지 않고 보통의 일반고를 다녀서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가고 이른바 ‘일류대학’에도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이른바 수월성 교육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사학은 ‘자율적’이어야 합니다. 아니 모든 학교가 ‘자율적’이어야 하고 그런 방향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월성교육과 자율성이라는 이름 하에 중심적 공교육이 위협받아서는 안됩니다. 수월성교육은 중심적 공교육을 위협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존해야 합니다. 저는 국가개혁에 대한 충정 위에서 작년 취임 이후 자사고 평가를 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역설적으로 법제도적 제약과 현재의 고교체제 및 대학입시체제의 제약 때문에 교육감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 있음을 뼈저리게 깨달아 왔습니다.
이제 민의의 전당인 의회가 ‘대안적 고교체제’가 무엇인지, 그 법제도적 방안은 무엇인지 중의를 모으는 작업에 나서주어야 할 것입니다. 교육부도 이제 일반고의 황폐화를 상쇄하고 ‘일반고 전성시대’를 여는 방안이 무엇인지, 이른바 수월성교육과 평등교육이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심도 있는 고민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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