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4·16 교육체제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 지속할 것
안녕하십니까. 서울시교육감 조희연입니다.
서울 시민의 뜻을 받들어 교육감직을 맡고 취임사를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돌아보면 참 숨가쁘게 달려온 것 같습니다. 취임하면서 말씀드렸듯, 지난 1년간‘학생 중심주의’,‘교사 우선주의’,‘학부모 참여주의‘를 나침반 삼아,‘모두가 행복한 혁신 미래교육’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서울교육이 1년이라는 기간 동안 급격하게 달라지지는 않았겠지만, 그간의 노력으로 인해 우리교육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 토양 위에서 교육혁신의 씨앗이 건강한 싹을 틔웠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년 동안, 저는 무한경쟁의 심한 압박 속에 활기를 잃어가는 교실을 살리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곧 교육의 불평등으로 재생산 되지 않고, 우리 학생들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 받을 헌법상의 권리를 누리게 하는데 필요한 교육정책 방안을 찾아 실천해 왔습니다.
이제 지난 1년의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남은 임기 3년간 서울교육 혁신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존경하는 서울교육가족 여러분, 그리고 시민 여러분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고도 그렇고, 최근 메르스 진행 상황을 바라보며, 우리나라 교육 체제가 이대로 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더욱 분명해집니다. 저는 이제 우리 교육이 ‘4.16 교육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씀 드린 바 있습니다.
‘4.16 교육체제’의 핵심은 우리 교육에 대한 근본적 반성과 혁신, 교육의 근원적인 전환에 대한 요구입니다. 저는 이를‘넘버원 교육’, 기존의 일등주의 교육이 아니라‘온리 원 교육’, 즉 ‘오직 한 사람 교육’으로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지난 시기,‘넘버원 교육’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소수의 인재들을 길러 서구를 경제적으로 따라잡는‘추격산업화’시대의 성공적 바탕이 되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일등주의 교육은 현재 극단으로 치달아 이제는 우리 학생들의 삶과 사회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고를 겪으며 우리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눈물겹게 깨달았습니다. 1등이 되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꿈, 끼를 마음껏 발휘해 사회에서 유능한 인재로 인정받는 ‘온리 원 교육’이 필요한 때입니다.
4.16 교육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 남은 3년의 임기 동안 특히 역점을 두고 추진할 정책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고교서열화를 극복하기 위해 고교체제를 개선하겠습니다.
현재와 같은 고교의 수직적 서열화는 공교육을 붕괴시키는 중요 원인입니다. 몇 차례 인터뷰를 통해서 밝혔지만, 전기에서 영재학교, 특목고, 자사고, 특성화고 학생들을 선발하고, 나머지 학생들이 후기 일반고에 가는 방식은 고교평준화의 기본 정신에서 이미 많이 벗어나 있습니다. 고교선택제의 큰 골격은 유지하더라도, 전후기로 나누어진 전형시스템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모든 초․중․고 내의 과도한 경쟁, 이로 인한 서열화, 차별, 불평등은 대학 학벌 체제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이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초․중등교육의 정상화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교육청에서는 고교 입시체제 및 대학입시체제, 대학학벌체제의 개혁을 위한 정책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연구결과가 나오면, 우리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이에 대해 발언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공교육 내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렴하고, 다원화된 경로를 갖추어 나가는 도전이 필요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 ‘고교 자유학년제’로서의 ‘오디세이 학교’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과 함께, 고등학교 학생들이 꿈과 소망에 따라서 특성화고와 일반고 간에 원활하게 상호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현재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2+1’의 직업위탁교육을 2학년까지 확대하는 ‘1+2’의 직업위탁교육 정책을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비리가 있는 사학에 대해서는 강력한 대책을 통하여 <비리사학의 정상화>와 <사학의 공공성 확보>를 앞당기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사학은 고유한 건학이념을 가지고 학생 수용 및 균등한 교육기회 제공을 통해 사회에 지대한 공헌해 왔습니다.
다만, 일부 사학이 본연의 건학이념을 잊고, 학교를 사유재산화 하거나 족벌체제로 운영하는 등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국가재정이 취약한 상태에서 사재를 털어서‘교육을 통한 사회공헌’을 하고자 했던 1세대 사학의 근본정신을 일부사학들이 훼손하고 있는 것입니다. 교직원들의 월급과 학교 운영비까지 국가재정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학생의 학습권과 사학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위태롭게 하는 이들 문제 사학에 대해서는‘사학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을 강구하고자 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의 하나로 감사관실의 역할을 확대 강화하고 교육지원청의 감사팀을 보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서울시교육청의 청렴도를 획기적으로 제고하고 청렴의식이 전 조직에 확산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에서 청백리의 표상이 될 만한 분들로‘청렴종합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습니다.
또한 사학 법인의 재정 건전성, 법인운영 공공성 확보를 위해 사학기관 운영평가제 도입을 검토하고, 전국 시․도교육청과 공동으로 학교법인의 과태료 부과기준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사학의 교원임용시험 위탁 제도 활성화를 위해 ’16학년도 임용시험부터 수준 높은 교사들이 사립학교에 더 많이 갈 수 있도록 ‘동일 시․도 내 공․사립 동시 지원 1합격제’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셋째, 혁신학교를 넘어서 학교혁신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지난 1년간 혁신학교는 학교구성원의 참여와 협력을 바탕으로 민주적인 학교 문화 정착과 전인교육 추구 등 공교육의 변화 및 내실화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제 남은 3년 동안 ‘모든 학교의 혁신’을 새로운 목표로 선언하고, 혁신학교의 좋은 사례가 서울의 모든 학교에 학교혁신으로 전파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혁신학교는 수동적인 학교를 능동적 학교로 전환하는 프로젝트, 권위주의적 학교문화를 새 시대에 걸맞는 ‘참여와 자율에 기초한 민주적 학교 문화’로 바꾸는 프로젝트입니다. 교육이 학생들의 내면에 다양한 ‘배움의 역동성’을 일구어내는 일이라고 볼 때, 혁신학교는 국영수 위주의 입시 교육에만 머물지 않고‘또 다른 배움의 역동성’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모든 학교에서 다양한 형태로 다양한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자율적 역동성’이 살아나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넷째, 학교 민주주의를 꽃피우도록 하기 위한 2단계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모든 학교의 혁신’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민주주주의가 그 바탕에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권위 주의적 학교질서를 시대변화에 맞는 민주주의적 학교질서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학교민주주의는 학생자치와 자율의 확대, 교사의 효능감과 자율권 확대, 학부모의 능동적 참여의 기초 위에서 가능합니다.
그 1단계로 학생들의 자치능력과 자율적인 결정능력을 기르기 위한‘학생자치 활성화’대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서울학생 안전 대토론회’에서 우리 학생들의 열의와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이‘교복 입은 시민’으로서 자기결정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시에 매몰된 나머지 이러한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도통 주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학생들이 사회 생활에 필요한 자기결정능력을 학교교육을 통해 갖출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토론이 있는 교사회의와 교직원회의 활성화를 지원하는 것에서부터 학교혁신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모든 교사들의 교육열정이 살아나고 학교구성원들의 집단지성으로 학교 민주주의가 꽃피울 수 있도록 하반기에 교원회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또한 학부모 조례 제정을 통해 학부모 참여를 제도화하여 학교가 참여 공동체 및 민주적 공동체로 변화해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학교 내 에서의 새로운‘관계의 역동성’을 일구어 가겠습니다.
다섯째, ‘학교와 지역사회의 새로운 협업모델’을 만들어내겠습니다.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교육청과 지자체, 지역사회와 민간단체가 함께 손잡고 추진하고 있는 혁신교육지구도 보다 내실화하고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모든 자치구가 서울교육의 패러다임을 만드는 일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여, 더 이상 혁신교육지구라는 표현이 없어도 될 정도의 사회통합 모델을 구축하겠습니다.
아울러, 마을결합형학교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자 합니다. 마을과 학교의 상생을 위해 자치구, 지역의 각종 센터, 지역주민 모임 등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마을연계형 방과후학교, 자유학기제를 활용한 마을결합형 진로 교육과정 운영, 지역사회 교육과정 운영 등을 위한 마을결합형 선도학교 11개교를 지정하여 나침반 역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시와의 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현재 서울시와의 전면적인 협력모델은 다른 시도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미 협력하고 있는 20개 교육협력사업 등을 더욱 내실화하겠습니다. 현재 시와 교육청, 기업이 함께 예산을 투입하여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는 사업을 한 가지 소개드리면‘쾌적하고 가고 싶은 화장실 만들기’사업입니다. 현재 발굴하고 있는 새로운 협력 사업들은 조만간 서울시에 제안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서울교육가족 공동체를 위해 그동안 부족했던 다양한 교육․문화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정독도서관을 지식과 문화예술의 종합공간으로 조성하고자 합니다. 기존의 도서관 뿐 아니라, 교육생활문화사 박물관, 백남준문화예술센터 설치로 서울의 교육 랜드마크로 부상시킬 계획입니다.
교육생활문화사 박물관은 교과서나 교복, 교육정책 등을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학생들이 즐겨보던 만화, 초등학생들이 즐겨 사용하던 장난감, 학교 앞 문방구의 변화, 무즙 사건 등 각종 교육관련 사건들, 왕따, 학교폭력 등 부정적인 학교풍경, 유해식품 등 학생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사회적 현상 등을 다채롭게 보여주는 교육의 장이 될 것입니다.
또한 (가칭)서울교육가족 힐링센터 건립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학교는 예상치 못한 재난까지 감싸 안는 등 지치고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사의 역할과 부담이 날로 커져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선생님 한 분이 아프면 교실 전체가 아프다”는 말처럼, 교사들의 성찰과 치유는 교육의 회복력으로 이어져 자연스럽게 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서울교육청이 보유하고 있는 강원도 폐교 등 다양한 공간에 서울교육가족 힐링센터의 건립을 위한 자문위원회와 실행위원회를 구성하여 이를 공론화하고 구체화해 나가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서울교육가족 여러분!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월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발표한 전국 시․도교육감 공약실천계획서 평가에서 우수평가(A등급)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는 공약이행의 기본 틀을 잘 짰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취임 하면서 약속했던 52개의 공약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남은 임기 동안 모든 힘을 다 기울여 시민들과의 한 약속을 지켜내고자 합니다.
최근 1달여 이상 메르스로 인해 걱정이 크셨을 줄로 압니다. 저는 서울학생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그 무엇보다도 우선하고 있습니다. 메르스가 완전 종식되는 그날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습니다.
지난 1년간 서울교육을 지켜보며 믿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우리 서울교육가족과 시민들만 생각하면 고마움에 눈물이 납니다. 모든 분들의 서울교육에 대한 기대와 열망을 알고 있습니다. 서울교육이 꿈꾸고 지향하는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걸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 6. 30.
서울특별시교육감 조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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