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과 상생의 세계시민 육성을 위해 세계시민교육(GCED)을 추진할 것임
안녕하십니까. 서울특별시교육감 조희연입니다.
최근 우리나라는 두달여 동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라는 낯선 전염병으로 인하여 교육, 사회, 경제 등의 모든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는 전세계 경제를 요동치게 하고 있습니다. 세계화로 인해 전세계 인터넷 사용자, 국가간 인구 이동, 글로벌 무역시스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갈등과 분쟁의 지속적 발생, 환경 오염, 감염병 전파 등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협하는 전지구적인 도전과제가 되었고, 지금 우리 문 앞에도 와 있습니다.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2015년 5월, 향후 15년간의 세계적인 교육의제를 설정하기 위한 세계교육포럼 인천 선언문에서 세계시민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직 세계시민교육의 개념은 미완성이며, 그래서 세계시민교육이 무엇이냐고 묻는 분이 많습니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은 우리 모두가 완성해야 할 몫으로 남아있습니다만, 기본적인 철학과 교육적 방향은 명확합니다.
과거 우리는 세계화를 경쟁적 개념으로 많이 생각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안의 경쟁주의를 세계사적으로 확대 적용한 개념입니다. 1990년대 중반 세계화가 국정지표로 정해지면서 이뤄진 세계화 교육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기조 위에 서 있었습니다. 국가간 경쟁 체제에서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측면도 있겠습니다만, 이것이 진정한 상생과 공존의 가치에 입각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내적으로는 우리 안의 경쟁주의를 더 공고히 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습니다.
2천년을 전후하여 아시아 각국으로부터 이주민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세계화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다문화교육’을 통해서 일정한 포용과 배려로서의 흡수 시스템이 구축되었지만, 다분히 동화주의, 즉 우리를 ‘중심’과 ‘기준’으로 놓고 여기에 타자를 인위적으로 맞추는 방식으로 존재했습니다. 그들의 입장과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계적 평등성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쟁적, 동화주의적인 두 가지 관점을 뛰어 넘는 새로운 세계시민교육이 필요합니다. 향후 수십년 내에 우리는 더 이상 단일한 민족적 정체성을 갖는 집단으로서만 존재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급변하는 세계화 속에서 우리는 하루아침에 이국민이 될 수도 있고, 다른 나라 누군가가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속으로 나아가고 있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내부의 세계화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과연 어떤 인품을 갖춘 인간을 육성할 것인가가 교육의 핵심 과제가 된 것입니다. 세계시민교육은 단순히 세계로 확대된 경쟁의 무대에서의 생존 전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국 중심적인 다문화 정책과 교육을 넘어서서, 다문화를 다름과 차이로 보되, 주류-비주류, 정상-비정상, 우(優)-열(劣)이라고 하는 차별적 인식틀로 보지 않고, ‘동등한 다름’, ‘상호존중적 차이’로 이해하는 교육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 기존의 다문화교육의 포용적 측면을 계승하고 업그레이드하면서 세계시민교육으로 재구조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근대 시절에는 향촌 내에서의 바람직한 지역사회형 인간 교육으로 존재했던 것이 근대에 들어 국가 단위의 시민교육으로 확장되었고, 이제 세계시민교육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국가와 민족이라는 경직된 구획 속에서 피아 구분에 따른 대결적 관점이 아니라, 세계라는 거대한 통합적 시민사회의 동등한 일원으로서 인종, 문화, 종교의 차이를 수평적 다양성으로 인식하는 포용적 관점을 가진 인간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민주시민교육의 세계사적 확대가 바로 세계시민교육입니다. 그 핵심 가치는 당연히 배려, 존중, 평화, 공존, 상생, 포용, 평등입니다. 내 안의 인류애의 무한한 확장입니다. 국가, 인종, 민족, 문화, 종교에 따른 형질적 차이를 더 이상 낯선 대상으로 느끼지 않는 것, 모든 세계 공동체 일원을 ‘또 다른 나’로 인식하는 것, 그것이 세계시민교육이 추구하는 이상입니다. 단순히 맹목적 양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세계 속에서 건강하게 공존하기 위한 적절한 기술적 지식과 자원을 만들어가는 것 역시 세계시민교육의 중요한 한 부분입니다.
또한, 세계시민교육은 우리 사회 내부의 차별과 갈등, 대결을 해소해나가는 데 있어서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인류애적 관점과 통찰력을 갖춘 우리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에 맞서서 합리적 정의를 구현해나가는 주체적인 역량을 발휘할 것입니다.
저는 취임 직후 혁신미래교육 추진단을 구성하여,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기본 계획을 수립하였고, 1월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학생자치, 세계시민・다문화교육, 독서・인문사회교육, 인권교육을 추진하는 민주시민교육과를 신설하였습니다. 이는 우리 서울학생들이 참여와 협력을 통해 좀 더 정의롭고 평화적이며 포용적이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세계를 만들어가는데 주도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세계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국장님께서 자세히 발표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서울교육가족 여러분!
저는 교육가족 및 시민들의 서울교육에 대한 기대와 열망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서울학생이 건강한 대한민국 국민을 넘어서 인권・평화・지속가능발전・다문화 감수성을 갖추고, 세계시민이라는 다중국적을 가진 존재로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걸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 7. 13.
서울특별시교육감 조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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