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서울시교육감 조희연입니다.
오늘은 서울교육가족과 서울시민 여러분께 올 한 해 동안 온 힘을 다해 지켜야 할 약속인 『2015년도 서울특별시교육청 주요업무계획』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신년사에서 올해를 ‘혁신미래교육’이 서울교육의 현장 곳곳에 고루 스며드는 도약의 해가 되도록 하기 위해 네 가지 목표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고교체제의 이상적 전환 모색, △학생자치역량 강화, △학교와 지역사회 결합의 전형 창조, △모든 학교의 미래지향적 혁신 전개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네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요 사업을 선정하고 그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수립하였습니다. 저는 취임 후 7개월여 동안 교육현장을 두루 다니며 교육 주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여러 차례의 원탁회의와 대화의 자리에서 나온 학생․교사․학부모․시민들의 지혜와 요구를 담아야 정책에 생명이 깃들고 튼튼하게 뿌리내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런 소신을 바탕으로 현장교사와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혁신미래교육 추진단과 주요 정책별 TF에서 우리교육청 각 부서 직원들의 논의를 바탕으로 24개의 실천과제와 76개 세부과제, 12개의 중점과제를 선정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조금 후에 기획조정실장께서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 가운데 특히 역점을 두거나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들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으로 서울교육을 바꾸어 나가기 위해 새로 시작하거나 확대하는 사업들이 몇 가지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학생자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겠습니다
저는 학생을 훈육과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결정권을 가진 ‘교복 입은 시민’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누구든 대우 받는 만큼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제 학교에서 말로만 하는 자치가 아니라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학생의 자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민주시민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학생자치 활성화 방안을 제안하면서, 민주시민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을 ‘스스로 결정하는 시민의 형성’에 두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 학교활동 중 학급자치활동 시간을 최소 격주 1회 이상 확보하고 학교의 의사결정에 학생들이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학생들이 의사표현 능력을 키우고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토론 동아리를 적극 육성하고, ‘학생참여예산제’의 도입으로 학생의 자기 결정권을 강화해나가겠습니다.
둘째, ‘질문이 있는 교실’을 만들겠습니다
미래사회에서는 개인의 자발성에 기초한 배움이 중요합니다. 교사들은 교과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교육과정과 수업방법, 평가방식 등을 바꾸어 나가겠습니다.
저희가 교육지표로 정한 내용 가운데 있는 ‘질문이 있는 교실’을 구호가 아닌 구체적인 정책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학생들의 창의적 능력 함양을 위한 교육과정 혁신과 수업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교실이 질문과 토론으로 왁자지껄하고 활기가 넘칠 때 진정한 배움이 일어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의 대부분이 수업시간입니다. 수업시간이 지루하고 배우는 내용에서 소외된다면, 그 아이는 단지 학습에서 뒤떨어진다는 문제 뿐 아니라 학교에서 무기력과 무관심, 고통과 분노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수업을 통해 공부 뿐 아니라 협동과 배려, 소통의 기술과 세상을 살아나갈 문제해결능력을 체득할 수 있도록, 우리 교실이 살아나는 데 교육청의 온 역량을 기울이겠습니다.
그동안 아이들의 자발적 학습동기를 유발하고, 삶의 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방향으로 수업 내용을 재구조화하는 시도가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일부 학교와 선생님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서울의 초·중·고 모든 학교에서 전문적 학습동아리가 만들어져서 선생님들이 함께 연구하면서 역동적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 협력 학습, 학생 참여 수업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수업 컨설팅과 코칭을 적극 지원하고, 배움의 과정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혁신 방안을 교육청 차원에서도 연구하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열린 세계시민 교육’을 뿌리내리겠습니다
세계화 시대에는 민족, 국가, 인종, 종족, 종교, 문화, 지역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과 서로 마주하며 살아갑니다. 저는 편협한 차별의 시각이 아니라, 수평적 공존의 시각과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며, 그런 열린 시각과 태도를 갖는 인간으로, 우리의 아이들이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민주시민교육의 토대 위에서, 빈곤, 기아, 불평등, 지속가능발전, 다양성, 에너지, 환경, 국제이해교육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감수성을 지닌 세계시민 양성을 목적으로 ‘열린 세계시민교육’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올해 신설된 민주시민교육과 안에 ‘세계시민교육팀’을 전담부서로 두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학교급 별 ‘열린 세계시민 교육’의 자율 시행을 장려할 계획이며, 교육청이 인정하는 세계시민 교육 교재의 발간과 웹 자료실의 구축 및 관련 사업들을 추진하겠습니다.
넷째,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통해 교육격차를 해소하겠습니다
지난 26일, 서울시교육청은 높은 경쟁을 거쳐 11개의 혁신교육지구를 선정했습니다. 이번에 지정된 7곳의 혁신교육지구와 4곳의 교육우선지구는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구체적이고 전면적인 실천을 선보이게 될 것입니다. 혁신교육지구사업의 가장 큰 의미는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교육청과 지자체, 지역사회와 민간단체가 함께 손잡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다시 ‘교육이 희망’이 되는 미래를 만들어 내고 사회 통합에 기여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선정되지 못한 자치구가 희망한다면 ‘예비혁신교육지구’로 지정해 각종 협의체에 참여하도록 하고 교육청의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동안 교육을 통한 지역격차 해소를 함께 고민했던 지역사회의 에너지가 교육에 투여될 수 있도록 교육청이 앞장서서 노력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아울러 모든 자치구가 서울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일에 동참해 그 주역이 되어주시기를 저는 희망하고 있습니다.
혁신교육지구와 더불어 지역사회와 협력하기 위해 마을결합형학교 사업도 적극 추진해나갈 예정입니다.
다섯째, 인생을 설계하고 삶의 방향을 찾는 ‘인생학교‘를 시범 운영하겠습니다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자율적인 성찰과 체험을 통해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는 전환학교를 인생학교라는 이름으로 올해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는 저희가 정한 교육지표 가운데 하나인 삶을 가꾸는 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입니다.
자율 교육과정을 1년 과정으로 운영하며, 문화·예술·체육 활동과 민주시민교육, 자유로운 탐구와 체험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설계하는 게 이 학교의 주요 교육과정입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자기 미래를 스스로 선택하고 문제 해결 역량을 길러내어 ‘삶의 저력’을 기르도록 하는 게 이 과정의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미래를 탐색하며 희망을 찾고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어려운 세상을 헤치며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길러나가게 될 것입니다.
인생학교는 공교육의 틀 안에서 창의적인 대안교육의 내용을 채운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우선 올해는 시범 운영을 할 예정입니다.
여섯째, ‘사회적 경제’와 관련한 교육활동을 시작하겠습니다
2015년을 교육의 영역에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자리 잡는 한 해로 만들겠습니다. 사회적 경제는 사람 중심의 경제입니다. 모든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고 작은 것들을 배려하는 경제입니다. 또한 협력과 연대를 통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 시대에 왜 사회적 경제가 주목받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는 거대한 위기를 키워왔으며, 이제는 그 대안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서로 배척하고 갈등하는 무한 경쟁과 시장 원리에만 기반을 둔 경제 활동을 넘어서서, 서로 협력하고 상생하는 대안적 경제 활동 또한 가능하다는 것을 점점 깨달아가고 있으며, 이런 희망의 경제를 만들어가는 일에 동참하려는 이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교육감으로서 교육 분야에서 사회적 경제의 영역을 확장하는 노력을 하고자 합니다.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는 것은 교육감의 중요한 책무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학교 내에 ‘매점 협동조합’ 등과 같은 협동조합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학부모들이 지역사회의 주민이면서 학교 협동조합의 회원으로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사회적 경제를 매개로 학교 교육이 지역사회와 지속적으로 협력하며 공존하는 상생의 문화를 갖추어가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 관내 학교에서는 2개 학교가 교육부로부터 사회적 협동조합 인가를 받아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학교구성원이 모두 주인이 되는 학교문화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는 반가운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말 사회적 경제 활성화와 지속가능한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서울특별시 사회적 경제 기본 조례>가 서울시 의회에서 통과된 것을 바탕으로, 또한 작년 서울시의회가 사회적 경제 관련 교육활동을 권장하는 건의문이 채택된 것을 바탕으로, 사회적 경제와 관련한 교재와 교육과정의 개발 등 다양한 교육활동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새롭게 시작하는 정책 외에도 그동안 진행해 왔던 교원업무 정상화와 교육여건 개선, 일반고 전성시대와 능력중심 사회 구현의 바탕이 되는 고졸성공시대 등의 정책에 변함없이 주력할 것입니다. 또한 청렴하고 사랑받는 교육행정이 될 수 있도록 비리에 한치의 빈틈없이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며 교육환경 개선과 학생 안전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합니다.
한편 오늘 기자회견에 즈음하여, 지난 번 유치원 원아 모집과 관련하여,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서, 특별히 정직한 마음과 선의를 가지고 저희 교육청의 정책방침에 따라준 학부모가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결과를 예방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여러 차례 실무선에서 사과의 말을 전했습니다마는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2016년 유치원 원아모집을 보완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함에 있어, 올해의 혼란을 최대한 반추하고 반영하고자 합니다.
이번 사태를 반추해보면, 작년까지 유치원 원아모집과정에서의 혼란, 과열된 중복지원 등의 문제 등을 건설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유아교육학과 교수들의 연구프로젝트와 정책제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제안을 현실화함에 있어, 정책대상이 되는 현장에서의 움직임이나 관련 이해당사자 집단의 반응, 구조적 현실 등에 대해서 면밀한 검토를 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좋은 정책이더라도 나쁜 결과를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하면서 추진했어야 하나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연적 요인이 작용했습니다.
다행히 2016년 원아 모집에서는 교육부와 교육청이 함께 추진하게 될 것 같습니다.26일 교육부가 2016년 원아모집 과열 현상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책을 내놓았는데, 그것은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내년까지 시·도교육청이 유치원 원아의 모집군 설정하고, 중복지원 및 등록제한, 입학취소를 가능하도록 연내 '유아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교육부의 방침은 정확히 올해 서울교육청이 추진했던 정책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서울교육청의 시행착오를 교육부와 공유하면서, 2016년에는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정책대안을 교육부와 함께 마련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우리 교육에 큰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누리과정 예산을 무리하게 시도교육청이 부담하도록 하는 바람에 올해 학교운영비 예산마저 줄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극도의 내핍 재정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이 이번 여름 찜통교실에서 수업하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깊습니다. 2월에 개학한 학생들이 난방이라도 제대로 된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학교에서는 학교운영비가 줄어서 신학기 학교운영 예산을 다시 짜느라 고생하고 계십니다. 아이들 교육 활동을 위한 예산을 잘라내야 할 때 선생님들의 마음 한 켠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을 겪을 것임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을 생각하면 저 또한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서울교육이 꿈꾸고 지향하는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도록, 교육청부터 부족한 재정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추경예산에서 꼭 필요한 부분은 확보하도록 하는 등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또한 중앙정부에도 적극 건의하여 교육재정의 확충을 위해 모든 힘을 다 기울이겠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학교 현장의 교육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선생님, 힘 내십시오.
학생 여러분, 어깨를 당당하게 펴고 건강하고 밝게 성장하기 바랍니다.
학부모와 시민 여러분, 우리 자녀들의 성장을 위해 힘을 모아주십시오.
2015년 서울교육의 발전을 위해 교육감으로서, 또 교육청 모든 직원들을 대표해서 최선을 다할 것을 다시 한 번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5. 1. 29.
서울특별시교육감 조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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