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서울특별시교육감 조희연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더워 여름인가 싶더니 벌써 가을을 지나 겨울 초입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2014.11.17부터 19까지 3일간 세계적인 도시 중 하나인 서울에서 GSEF(세계사회적경제포럼) 2014가 열리게 된 것을 축하하며, 이 행사의 하나로 학교협동조합추진단에서 주관하는 “사회적 경제와 교육” 세션에 참석해주신 사회적경제 관계자와 서울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GSEF 2014의 슬로건인‘변화를 향한 연대(Solidarity for Change)’에서 사회적경제가 추구하는 변화는 양극화를 재생산하는 낡은 사회경제 패러다임에서 공동체가 함께 협력하고 상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변화는 물론, 경쟁을 넘어서는 연대의 삶을 지향하는 우리 모두의 윤리적 가치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혼자가 아닌 서로를 책임지면서 자유로워지는 연대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시대에 왜 사회적 경제, 그리고 협동조합이 주목받는가하는 점에 저는 주목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단적으로 극대화된 신자유주의적 형태의 한국자본주의의 가혹함을 넘어서고자 대안적 시장경제, 대안적 축적체제, 대안적인 삶, 대안적인 사회에 대한 열망이 표출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는 대안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인간이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는 또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보고 싶어 하고, 그 희망을 만들어가는 일에 참여하고 싶어 합니다.
이 열망이 실현되는 두 가지 경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첫째로 국가를 통한 시장의 공공적 규제입니다. 둘째는 시장 내부로부터 비(非)·탈(脫)시장적인 영역이 확대되는 것입니다. 저는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이야말로 시장 내부에서의 공공적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회적 경제에 기초한 대안적인 국민경제를 ‘상생(相生)적’ 시장경제‘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상생적 시장 경제는 대중의 자조(自助)적 주체성, 시장경제 내에서의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사회적 경제의 역동성과, 시민사회권력의 압력에 의한 국가의 공공적 기능 확대, 시장 내에서의 자발적인 공공성 확대 등이 결합될 때에라야만이 비로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상생적 시장경제를 만들어가기 위한 전제로서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의 확대는 중요한 의의를 갖습니다. 사회적 경제과 협동조합에 대해서는 오랜 불신이 있어왔습니다. 한 쪽에서는 너무 급진적이라고 보고, 다른 한편에서는 반대로 체제 친화적이라는 평이었습니다. 그러나 비로소 현재에 와서,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이 그 정당한 위상을 인정받게 된 것은 발전적인 일로 보입니다.
저는 교육감으로서 학교협동조합과 같은 형태로 교육영역에서나마 사회적 경제의 영역을 확장하는 노력을 하고자 합니다.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는 것이 교육감의 책무이고, 또한 학교협동조합 역시 넓은 의미에서 ‘공교육’의 한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경제는 다양성의 경제이기도 합니다. 시민사회와 정부, 그리고 각기 다른 경험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이루어 가는 GSEF가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연대와 협력의 모범이 되기를 또한 원합니다.
저는 서울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두가 행복한 혁신 미래 교육”으로 설정하였습니다. 우리 학교교육현장은 과도한 입시경쟁, 학교폭력, 자살문제, 학생들의 내면성 파괴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현장의 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육으로 혁신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존감, 자율성, 창의성, 협동심이라는 가치를 교육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역량과, 협동하여 함께 살아가는 역량을 배워야합니다.
혁신미래교육은 학생․교사․학부모․시민이 함께 주체로 나서는 교육입니다. 먼저 저는 교육의 주인이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와 시민사회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제는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와 시민사회가 어떤 교육을 할 건지 서로 토론해서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새로운 교육은 학생․교사․학부모․시민이 함께 주체로 나서는 교육이어야 합니다. 단순히 교육의‘대상’이 되거나, 교육의 방관자로 남지 말고, 모두가 교육의 주체로 참여하고 또 스스로의 주체성을 키우는 교육이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교육의 주인은 국가도 행정기관도 아닌, 학생․교사․학부모․시민사회입니다.
오늘 주제가 “학교협동조합 해외 운영 사례(말레이시아)를 통해 국내 학교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모색”으로 우리교육청은 이번 사례를 교육 현장에 접목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학교협동조합은 아직까지 생소한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학교협동조합추진단 단원여러분과 특히, 김명신 단장님의 많은 관심과 활동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학교협동조합추진단은 지역교육 거버넌스를 위한 민관협의체로 민간위원, 공무원, 자문위원으로 구성되어 학교협동조합 기반 조성과 활성화를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서울시교육청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학교에서 사회적협동조합이 매점을 운영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공유재산 법령에 의한 최고가 입찰이었습니다. 이러한 진입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의 개정이 필요한 데, 이를 위해 ‘공유재산 관리 조례’개정안이 장인홍 의원님의 발의로 이번 시의회에서 심의될 예정입니다. 또한 학교협동조합이 활성화되기 위한 기반을 만들고자 ‘학교협동조합 기본 조례’등 많은 관심을 갖고 계시는 서울시의회 김종욱 의원님이 토론회에 참석하고자 오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 관내 학교에서는 2개 학교가 교육부로부터 사회적협동조합 인가를 받아 매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림중학교는 '여유롭고 물좋은 매점'이라는 뜻을 담은 '여물점'이라는 학교매점을 2013년 9월부터 운영하여 성과를 나타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좋은 음식을 주기 위해서 친환경 매점을 시작하였으나, 매점을 협동조합 형태로 학부모들이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교가 깨끗해지고, 학교폭력도 사라지는 등 교육환경이 많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또 하나는 독산고 학교매점인데 오늘 토론자로 나오신 김홍섭 교장 선생님의 열의와 인고의 노력 끝에 금년 11월 3일 운영을 시작하여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학교구성원(학생, 교사, 학부모)이 모두 주인이 되는 학교문화 소통의 장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또한 오늘 학교협동조합 운영 사례는 말레이시아 학교협동조합인 데, 말레이시아는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사회적협동조합 형태의 학교협동조합이 운영된다고 들었습니다. 사업 영역도 식당 및 매점, 학교은행, 수학여행 및 교육프로그램 등 다양하다는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학교협동조합의 제도적 부분과 운영 경험 등을 전수받아 이해의 폭이 넓혀지길 기대합니다.
학교협동조합은 초․중등학교마다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주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하여 협동의 가치를 바탕으로 윤리적인 경제활동 및 소통과 나눔의 교육을 통해 학교와 지역사회(마을)를 연결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형태의 교육경제공동체이며, 또한 학교협동조합의 가치는 조합원의 자기결정권 강화를 통한 교육자치 실현과 learning by doing 방식의 경제활동을 통한 사회적 교육입니다.
우리교육청의 중점 과제 중 하나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마을결합형 학교 실현’입니다. 마을과 지역사회가 학교와 함께 가는 교육을 지향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마을 결합형 학교’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마을 결합형 학교는 학교보다 더 큰 학교, 학교를 넘어선 학교가 될 것입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만 배우지 않습니다. 학교 밖에서 더 중요한 것을 배우기도 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와 손을 잡고, 마을과 학교의 경계를 허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학교는 학생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교육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새로운 교육을 만들어나가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마을의 협동조합이나 지역 공동체의 공간은 학생들이 방과 후 혹은 학교 밖에서 정규교육 이외의 교육을 받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사회적경제를 만들어가는 지역과 학교가 만나 새로운 교육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님들의 학교 사랑하는 마음, 교직원 여러분들의 학생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학생들이 교사를 존경하는 마음, 이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교육활동으로 펼쳐지기를 기대합니다.
사회적경제 관계자와 서울시민 여러분!
저는 오늘‘사회적경제와 교육’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봅니다. 사회적경제는 사람 중심의 경제입니다. 모든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고 작은 것들을 배려하는 경제입니다. 또한 협력과 연대를 통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학교협동조합이 이런 역할에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하리라 믿습니다. 앞으로 우리교육청은 이러한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드리고자 합니다.
이 시간 이후로 진행되는 발표와 종합 토론에서 학교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유익한 방안이 도출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1부가 끝난 2부에서는 협동조합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영국의 린다쇼 교수님의 사례와 현재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 및 시민사회에서 교육하는 다양한 사례들이 논의되오니 끝까지 참석해주셔서 사회적경제 교육의 활성화방안과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함께 고민 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11월 18일
서울특별시교육감 조 희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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